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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보쉬 은퇴자 재고용… BMW 고령직원 위해 공장환경도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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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보쉬 은퇴자 재고용… BMW 고령직원 위해 공장환경도 바꿔

라이프치히·슈투트가르트=위은지 기자 입력 2019-07-20 03:00수정 2019-07-21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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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스마트 시니어’ 시대
<1>노인 고용 늘리는 글로벌 기업들
《초고령사회의 성공은 노인 인력을 어떻게,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이른바 ‘스마트 시니어(smart senior)’는 고령화 사회를 맞이하기 위한 핵심 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미 독일 미국 핀란드 등 선진국에서는 은퇴 노인의 경험을 활용하고, 고령 직원을 일터에 더 오래 모시기 위한 여러 방안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스마트 시니어’ 시리즈 첫 회로 노인들을 적극 고용하는 해외 유명기업의 사례 및 시사점을 살펴본다. 》

독일의 ‘스마트 시니어’인 한스페터 라우셰르트 씨(70·왼쪽)가 보쉬의 젊은 동료들과 함께 전기 모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테스트해 보고 있다. 보쉬는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1만7000명의 은퇴 직원을 사내 컨설턴트로 활용하고 있다. 보쉬 제공
페터 트라우프 씨(63)는 독일 자동차부품회사 보쉬에서 30년간 근무하고 올 3월 은퇴했다. 그런 그가 요즘에도 일주일에 이틀은 슈투트가르트의 보쉬 본사로 출근한다. 은퇴 전 디젤엔진 기술·품질 관리 분야 등에서 일했던 그의 현재 직함은 ‘시니어 전문가’. 그는 요즘 새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평가하기 위한 프레임워크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보쉬 본사에서 만난 트라우프 씨는 “보쉬에 적용 가능한 평가 기준을 만들려면 회사의 전통적인 사업 분야를 두루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나도 팀원들과 일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그의 답변에서 30년 경력에 대한 자부심과 신구(新舊) 조화를 회사의 시너지로 활용하는 독일 기업의 저력이 전해졌다.


○ 은퇴 직원을 다시 불러들이는 보쉬

보쉬는 1999년 ‘보쉬 매니지먼트 서포트(BMS)’라는 컨설팅 자회사를 설립했다. 여기선 특정 분야 전문가나 임원 출신 등 자사의 은퇴 직원을 사내 컨설턴트로 활용한다. 독일 보쉬에서만 매년 150명 정도의 은퇴자가 새 시니어 전문가로 BMS 인력풀에 등록된다. 이들의 정보는 보쉬 내 부서들에 공유된다. 필요할 경우 개별 팀들이 BMS 시스템을 활용해 프로젝트에 적합한 시니어 전문가와 직접 계약을 맺는다.

시니어 전문가들의 전문 분야는 개발, 제조, 회계, 구매, 마케팅, 판매 등 전 분야를 망라한다. 이들이 담당하는 프로젝트도 직원 워크숍이나 트레이닝부터 품질 관리, 건설 지원, 프로세스 분석 등 다양하다. 20년 전 은퇴자 30명으로 시작했던 시니어 전문가는 현재 독일 외에도 미국 영국 인도 일본 등 8개국에 걸쳐 총 1만7000명으로 늘어났다.

보쉬의 시니어 전문가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초고령사회에 적합한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령자의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고령 직원이 은퇴한 뒤 계약직으로 일하기 때문에 젊은이와 일자리 경쟁을 할 것이라고 염려할 필요가 없다. 요하네스 엘링 BMS 경영이사는 “이 모델은 고령화로 인해 채용 딜레마에 빠진 기업들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제약회사 바이엘, 철강회사 티센크루프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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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전문가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는 기업과 은퇴자 양측에서 모두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회사는 은퇴한 직원이 오랜 기간 쌓은 경험과 전문지식을 젊은 직원들과 공유하는 것에 만족한다. 시니어 전문가를 고용한 사내 클라이언트들의 만족도도 높다. 보쉬 관계자는 “프로젝트가 끝난 뒤 만족도 조사를 하면 100점 만점에 평균 93점이 나온다”고 전했다. 보쉬 관계자는 “(은퇴 직원들이) 사내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별도의 트레이닝이 필요 없고, 외부 컨설턴트처럼 실적을 내야 하는 것이 아니어서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퇴 직원 역시 자신이 가진 전문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 트라우프 씨는 “은퇴 직전까지 일에 100% 에너지를 쏟다가 퇴직일을 기점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게 됐더라면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경제적 이득도 크다. BMS의 보수는 은퇴 직전 보쉬 재직 당시 연봉에 바탕을 두고 책정된다. 트라우프 씨는 “주변에 은퇴 후 12년간 시니어 전문가로 활동한 77세 동료도 있다”고 전했다.


○ 입는 로봇까지 도입한 BMW


보쉬가 시니어 전문가 프로그램으로 고령자 고용을 촉진한다면, 나이 든 직원을 오래 모시기 위해 업무 환경을 바꾼 회사들도 있다. 독일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인 BMW는 숙련 기술자인 고령 직원들이 신체적으로 무리 없이 일할 수 있도록 공장 작업 환경을 바꾸고 건강관리를 해주는 ‘내일을 위한 오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2004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개발한 BMW는 직원들이 나이가 들며 근골격 질환,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신체·정신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이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자가 방문한 라이프치히 공장에선 의료센터뿐 아니라 ‘인체공학 자세 교육장’을 따로 마련해 두고 있었다. 교육장에는 직원들의 자세를 확인하기 위한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기자가 교육용 차체 앞에서 허리를 90도로 굽히자 신체를 비추던 교육장 내 모니터 스크린에서 허리 부분을 중심으로 빨간불이 켜졌다. 허리에 부담을 주는 자세라는 신호였다. 라이프치히 공장 건강관리 담당자인 프란츠 메촐트 씨는 “이곳 생산직 직원들은 정기적으로 자세 이론 교육과 자세 교정 실습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차체 사이드 섹션을 조립하는 한 50대 노동자는 공정이 20초씩 진행되는 동안 거의 허리를 숙이지 않았다. 그가 사용하는 부품들은 대부분 허리 높이에 있었다. 주변엔 ‘다치지 않는 자세’를 알려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10년 전 이 프로그램이 도입된 라이프치히 공장은 자세와 부상 예방뿐만 아니라 식단과 스트레스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회사가 직원 건강에 신경을 쓰는 것은 오랜 경험으로 손재주가 뛰어난 장년 노동자가 BMW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프치히 공장 근로자의 평균 나이는 42세. 독일 BMW 공장 내 50대 이상 근로자의 평균 비율은 약 40%다. 라이프치히 공장 인사담당자는 “최근 자동차 제조업에 인재난이 심하다 보니 숙련 기술자를 오래 모시기 위한 노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 BMW는 다리에 장착해 기마자세를 해도 의자에 앉은 듯한 편안함을 주는 ‘체어리스 체어(chairless chair)’ 등 신체 보조용 로봇도 도입했다. 알렉산더 쾨니히 BMW 기계·디지털화 담당자는 “로봇과 인공지능(AI) 등의 발달로 제조업 상당 부분이 기계로 대체된다지만 아직은 숙련 기술자의 정교한 손재주를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최근 독일의 55세 이상 노동인구도 급증하는 추세다. 독일 연방노동청에 따르면 2017년 55∼59세 고용률은 80.1%로 2007년(66.5%)보다 15%포인트가량 올랐다. 60∼64세는 58.4%, 65세 이상은 7%로 10년 전(각각 32.8%, 3.6%)의 두 배 수준으로 뛰었다. 독일 최대 노인이익단체 ‘연방연합 이니셔티브 50+’의 우베마티아스 뮐러 이사는 “독일에서 50∼65세 고용 비율이 이토록 높은 적은 없었다”며 “정부가 이들의 재취업 장려정책을 펼치고 기업들이 이들을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라이프치히·슈투트가르트=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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