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스트레스를 엔진으로 삼고…안락한 삶 위한 ‘마음 사용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4일 15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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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 사고 /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지음·박규호 옮김 / 456쪽·1만7000원·은행나무
비욘드 앵거 / 토머스 J 하빈 지음·김소정 옮김 / 352쪽·1만6000원·교양인

보험 광고 문구가 아니라도 ‘마음이 합니다’라는 말은 진실이다. 마음이 바르게 작동하지 않으면 우리의 일상과 삶 전체가 제대로 항해할 수 없다. 두 책은 ‘올바른 마음 사용법’을 우리에게 알려주어 한층 안전하고 안락한 삶의 항로를 제시한다.

두 책 모두 제목이 알려주지 않는 것이 있다. ‘비욘드 앵거’는 화내는 남성들을 위한 처방전이다. 인류의 절반인 여성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는다. 성차별 의식 때문이 아니라 우선 한쪽 성(性)으로 논의를 국한해 내실 있는 진단을 끌어내려 했을 것이다. 화내는 남성을 옆에 둔 여성에게 더욱 유용한 내용일 수도 있다.

‘방탄 사고’는 제목만으론 삶을 지킬 수 있는 트라우마와 고통들로부터 자아를 지켜내는 방법을 다룬 것처럼 여겨진다. 실제 후반부 6, 7장은 이와 관련된 내용들이다. 하지만 책의 대부분은 심리적 요인이 우리의 건강과 의료 행위에 미치는 영향, 나아가 비합리적인 의료행위로부터 속지 않는 법을 다룬다. 원제 ‘Wunder wirken Wunder’(기적이 기적을 일으킨다)가 그 중심 내용에 가깝다.

‘비욘드 앵거’부터 들여다보자. 얌전한 남편은, 아빠는, 분노로부터 자유로운 걸까? 분노를 터뜨리는 모습만이 분노의 얼굴은 아니다. 늘 불만스럽고, 지나치게 경쟁하고, 다른 사람의 견해를 인정하지 않는 것도 분노의 얼굴이다. 늘 분노에 찬 남자는 뭐가 이유일까? 인생의 어느 단계에 두려움과 수치심이란 두 그림자가 결합한 결과일 수 있다.

어떻게 할까. 폭탄에서 뇌관을 제거하는 게 먼저다. 실망을 느낄 때마다 상대방에게 알리면 그 감정이 모였다가 분노로 쏟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모든 일을 통제하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어느 정도는 이끌려가는 태도도 중요하다. 가족 간 갈등은 임상심리학자인 저자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다. 가족 안에서의 고정 역할을 때로 거부하는 것은 폭탄이 터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겉보기보다 괜찮은 해법이다.

낙관과 유머는 유해한 심리적 질병인자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방탄 사고’다. 독일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피에로 분장을 하며 ‘웃음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은행나무 제공
낙관과 유머는 유해한 심리적 질병인자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방탄 사고’다. 독일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피에로 분장을 하며 ‘웃음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은행나무 제공


‘방탄 사고’의 저자는 독일의 현직 의사이자 실제 무대에 서는 마술사, ‘웃음 트레이너’다. 마음과 치유에 관해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해왔다고 할 수 있다. 논의를 시작하는 지점은 우리도 잘 아는 ‘플라시보(가짜약) 효과’다. 실제 환자가 가짜임을 알고 있는 경우에도 가짜 약은 효과가 있다. 어릴 때 어머니가 상처에 ‘호’ 해주던 게 실제 치료에 효과가 없는 걸 안 뒤에도 ‘호’는 통증을 가라앉히는 마법의 주문인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저자는 어디까지나 의사다. 신비와 현실을 엄격히 구분한다. 긍정적 마음은 기적을 일으키지만, 맹목적인 믿음은 올바른 치료의 기회를 빼앗는다. “놀라운 의술을 소개받았을 때는 빨간 망토 이야기에서 배운 것을 떠올리세요. 자기가 할머니라는 늑대를 만났을 때 빨간 망토가 한 것처럼 질문해야 합니다. 왜 그렇게 비싼가요? 왜 보험 적용이 안 되죠? 증거는 있나요? 그렇게 치료받은 사람을 소개해줄 수 있나요?”

‘부정적 목소리를 지우고 기쁨이 넘치는 삶과 대면하라’는 6장에서부터 이 책은 ‘비욘드 앵거’의 논지와 만난다. 적당한 스트레스를 삶의 엔진으로 삼고, 스킨십에서 위로를 받고, 음악과 춤을 사랑하는 사람은 삶이 퇴화하지 않을 것이다.

‘우연은 대뇌에게는 모욕’ ‘바이올린 연주가 마술을 걸기까지 얼마나 오랜 세월이 필요한지는 옆방 사람만이 안다’ 같은 통찰과 유머 넘치는 문장들이 독자를 빵빵 터뜨리면서 집중력을 유지하게 만든다. 읽는 재미만으로도 손에 쥘 가치가 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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