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것 없어 보이는 ‘맹그로브 숲’, 인류에겐 없어서 안되는 삶의 터전이라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7일 15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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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그로브 숲의 아이들’이라는 영화가 있다. 중미의 작은 나라 엘살바도르의 맹그로브 숲에서 조개를 캐며 살아가는 루이스와 블랑카 남매의 이야기로 감동적인 스토리가 마음을 울린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인간의 기본적인 삶의 터전은 순수한 자연이며 그곳에서 비로소 건강해 질 수 있다고 들려준다.

맹그로브(Mangrove)는 열대 해안선 부근에 살아가는 나무들을 말한다. 맹그로브 숲은 야자나무와 무궁화, 감탕나무, 쥐꼬리망초 등 24개 과 70여 종에 이르는 나무로 이루어져 있다. 염도가 높아 여느 식물들은 몇 시간도 버티지 못하는 해안선에서 ‘적응의 귀재’라는 별명처럼 울창한 숲을 이루며 잘살아간다. 우리나라에도 맹그로브 숲이 있다. 바로 강과 서해가 만나는 장항습지다. 그런데 말이다. 생긴 모양은 보잘 것 없어 별 볼일 없어 보이는 맹그로브 숲이 인류에게 주는 유익은 엄청나다.

첫째, 사람들의 삶에 도움을 주며 생명체의 보금자리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맹그로브 숲을 다양한 수산물의 어획 장소로 이용해 왔다. 바닷물고기들은 맹그로브 뿌리사이에 숨어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른다. 많은 종류의 물고기들이 알을 놓고 그 새끼들이 포식자로부터 보호받는 보금자리 공간이 맹그로브 숲이다. 뿐만 아니라 각종 목재, 숯의 원료 채취, 식물소재 등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둘째, 해안생태계 보호 역할을 한다. 낙엽 등을 통해 해수 중에 유기물을 공급하고, 유기물이 형태를 바꾸면서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든다. 하루에 두 번 있는 조수에 맞추어 맹그로브 숲은 생태계 보호를 한다. 해안생태계를 오염시킬 수 있는 입자들을 뿌리에서 걸러주는 여과기능을 하는 것이다.

셋째, 해안선을 침식작용으로부터 보호하는 완충역할을 한다. 맹그로브의 뿌리와 가지는 파도를 완화·분산시킨다. 인공방파제보다 훨씬 더 강하다.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천연의 방재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맹그로브는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나무로 불린다. 기후학자들은 열대우림보다 맹그로브 숲이 이산화탄소를 줄이는데 훨씬 더 큰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유엔이 맹그로브 숲을 보호하는 국가에 지원금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섯째, 강력한 자연재해로부터 피해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맹그로브 숲은 강력한 태풍, 쓰나미, 폭풍해일로부터 육지를 보호해준다. 맹그로브 지역 100m를 지날 때 파도의 높이는 13~66% 감소한다. 500m를 지나면 무려 50~100% 정도 감소한다. 2008년 태풍 나르기스가 미얀마를 강타했을 때 18만 명의 사람들이 죽었고 재산피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피해가 극심해진 원인 중 하나가 해안가의 맹그로브 숲을 없애버린데 있었다고 유엔보고서는 말한다.

유엔에서는 극심해지는 자연재난을 자연으로 막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해안에 있는 맹그로브나 산호, 조간대 등이 바다로부터 오는 자연재해를 대폭 줄여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나라들은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맹그로브 숲을 파괴하고 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한국기상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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