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온라인 패션몰 3500개 묶으니 막강… 세계로 가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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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스타트업]서정훈 크로키닷컴 대표

지난달 24일 만난 서정훈 크로키닷컴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의 직원 보상체계가 대기업보다 약할 수밖에 없는 만큼 직원들과의 활발한 의사소통, 미래에 대한 비전 공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크로키닷컴 제공
지난달 24일 만난 서정훈 크로키닷컴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의 직원 보상체계가 대기업보다 약할 수밖에 없는 만큼 직원들과의 활발한 의사소통, 미래에 대한 비전 공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크로키닷컴 제공
비슷한 시기 창업 전선에 뛰어든 국내 스타트업 대표들은 가끔 술잔을 기울이며 동병상련의 심정을 나눈다.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는 그들이 ‘전우애’를 나누며 위로받는 시간이다. 2012년 직장을 떠나 사업가로 나선 서정훈 크로키닷컴 대표도 그렇다. 그의 술자리 토크에 자주 등장하는 ‘안주 거리’는 무엇일까.

“좋은 인재를 뽑고 그들과 오래 함께 일할 수 있는 것이 스타트업 사업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죠.”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의 크로키닷컴 사무실(공유오피스)에서 만난 서 대표는 함께 회사를 키울 수 있는 사람에 대한 갈증이 컸다.

그는 2015년 6월 동대문시장에 기반을 둔 여성 쇼핑몰 모음 애플리케이션(앱) ‘지그재그’를 출시했다. ‘스타일난다’ ‘임블리’ 등 인기 쇼핑몰 3500여 개가 입점해 △인기 △연령 △스타일 등의 카테고리별로 상품을 쉽게 검색해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허름한 오피스텔에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한번은 채용 면접 중에 면접자가 5분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어요.” 이제는 회사 브랜드가 잘 알려지고 탄탄한 기반을 갖췄지만 서 대표는 여전히 인재에 목마르다. 쓸 만한 인재다 싶으면 다른 회사로 쉽게 자리를 옮기는 일도 적지 않다. 서 대표는 인재를 잡으려면 ‘회사가 먼저 솔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 채용하고자 하는 인재상을 명확히 정하고, 회사의 가치관과 해당 업무에 대한 설명을 블로그 등을 통해 지원자에게 상세히 제공하라”는 것이다.

서 대표는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관에 공감해 이른바 스펙 좋은 지원자가 지원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면접자가 자유롭게 회사에 대해 묻고 궁금증을 풀 수 있게 해서 막상 들어와서 ‘속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타트업 초기에는 대기업보다 보상 체계가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그런 부족한 부분을 직원과 더 많이 소통하며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구체적 공감대를 형성한 게 도움이 됐다”고도 했다.

서 대표는 정보기술(IT)회사에 다니다 자회사 수장까지 맡았던 잘나가던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지그재그를 내놓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거듭된 실패로 돈도 사람도 떨어져나가던 그때 동대문시장이 눈에 들어왔다. ‘1인 쇼핑몰’이 우후죽순 등장하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어줄 플랫폼이 없다는 데 무릎을 쳤다.

서 대표는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플루언서가 의류 유통의 새 플레이어로 떠올랐고 손재주 있는 디자이너까지 의류 쇼핑몰 창업에 뛰어들었다”면서 “이 많은 쇼핑몰들을 위한 플랫폼은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트렌드에 민감하고 입소문이 빠른 10, 20대 여성 고객을 공략했고 전략은 통했다.

창업 3년 만인 지난해 매출 200억 원을 돌파했고 앱 누적 다운로드 수가 1600만 명을 넘어섰다. 서 대표는 현재 일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자신을 ‘IT쟁이’라 칭하는 그는 해외 시장 개척이 “어쩌면 IT쟁이로서의 사명일지 모른다”라고 했다. 서 대표는 “사계절이 있어 다양한 의류를 빠르게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동대문시장의 에너지가 IT 신기술을 통해 해외로 뻗어나갔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재형 monami@donga.com·신동진 기자
#서정훈#크로키닷컴#스타트업 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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