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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잔나비’, 그들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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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잔나비’, 그들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임희윤 기자 입력 2019-04-11 03:00수정 2019-04-1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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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록의 가사를 인용하고 조덕배의 창법에서 배웠다. 노사연,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편곡을 참고했다. 비치 보이스의 ‘Pet Sounds’(1966년) 같은 앨범을 만드는 게 꿈이었다. 올해 27세. 1992년생 동갑내기들은 구닥다리가 참 좋다. 5인조 그룹 ‘잔나비’ 이야기다. 혁오 이후 최대의 인디발(發) 돌풍이다. 지난달 낸 2집 ‘전설’에 실린 발라드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가 주요 음원차트 1위를 찍더니 아이돌 가수들 틈바구니에서 한 달째 10위권이다. 첫 전국 순회 공연은 전석 매진. 》

서울 마포구 카페 ‘살롱 문보우’에서 9일 만난 5인조 그룹사운드 잔나비. 왼쪽부터 김도형(기타), 유영현(건반), 최정훈(보컬), 윤결(드럼), 장경준(베이스기타). 김도형의 기타는 존 레넌이 쓰던 것과 같은 1964년 모델이다. 예스러운 소리를 내기 위해 쓴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서울 마포구의 카페에서 9일 만난 최정훈(보컬)이 테이블에 ‘삼성 매직홀’을 올려놨다. 2009년 나온 폴더형 휴대전화. 피처폰이라 카카오톡도 안된다. 5세대(5G) 시대에 2G라니.

“2017년부터 썼어요. 앨범 작업에만 집중하려고요.”

잔나비에게 시간은 자주 거꾸로 흐른다. ‘전설’은 반세기 전 역작처럼 만들었다. 7인조 어린이합창단, 관악단, 소프라노, 플루트 솔로가 1980년대 가요풍 멜로디 사이를 명멸한다. 미국 내슈빌의 10인조 현악단 연주를 서울에서 원격 지휘해 녹음했다.

2014년 데뷔 이래 잔나비는 인디음악계에서는 뜨거웠다. 수십 명의 골수팬이 공연 20시간 전부터 밤을 새우며 무대 앞자리를 지켰다. 멤버들은 한눈파는 대신 명작 하나 만드는 데 사활을 걸기로 했다.

“데뷔한 뒤 모은 돈을 이번 앨범에 다 쏟아부었어요.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작업실에서 합숙하며 거의 1년을 제작에 매달렸죠.”(최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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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기타)은 “1년간 가슴에 뭘 얹고 산 것 같다”고 했다. 최정훈은 불면증을 앓았다. “자야 한다”는 그의 괴로운 집착이 앨범 후반부에 빛나는 열매를 맺었다. 몽환적 록 메들리 ‘신나는 잠’ ‘나쁜 꿈’ ‘새 어둠 새 눈’. “비틀스의 사이키델릭 록을 진짜 동경한다”는 그들다운 하이라이트다.

잠, 꿈과 함께 가사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는 ‘어른이 돼버린 아이’. 다섯 멤버는 분당구에서 함께 자랐다. 비치 보이스의 캘리포니아 해변, 비틀스의 페니 레인은 이들에게 분당 ‘돌마로(路)’다.

“아파트, 상가, 학원이 밀집된 조금은 멋없는 곳이죠. 중학교 때 꿈꾸던 반항적 록 스타의 무대라기엔 좀 삭막해 싫었지만….”(김도형)

그 시절이 그리웠다. ‘DOLMARO’란 곡을 지었다. ‘우리는, 우리는 어째서 어른이 된 걸까/하루하루가 참 무거운 짐이야.’ 마지막 곡 ‘꿈과 책과 힘과 벽’의 가사다.

이영훈의 음악을 동경한다는 이들은 꿈을 이뤘다. 지난해 이문세 16집에 작곡가로 참여한 것.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를 지을 때는 노사연의 ‘만남’ ‘님 그림자’,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를 많이 들었어요. 저희의 평생 꿈은 김창완 선생님과 함께 노래를 만드는 거예요.”(유영현·건반)

잔나비는 옛것이 좋다. 그래서 자칭 ‘그룹사운드’다. 지금의 성공도 안 맞는 옷처럼 어리둥절하다고 했다. ‘투게더!’의 가사 ‘천 번을 접어야지만 학이 되는 슬픈 사연’은 전영록의 ‘종이학’에서 따왔다. 전영록의 매니저에게 직접 전화해 사용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이들은 꿈꾸듯 말했다.

“주변 또래 음악인들과 비교하면 저흰 좀 뒤떨어진 사람들 같아요. 하지만 스스로가 대견해요. 그저 나중에 우리의 청춘을 뜨겁게 돌아볼 수 있다면 좋겠어요. ‘참 전설 같은 이야기였지’ 하고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전영록#조덕배#노사연#잔나비#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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