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분자주를 빨대로 마신다…이색 전통주 즐기는 2030 증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5일 16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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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를 즐기는 20, 30대 소비자가 늘고 있다. 맛의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희석식 소주보다 독특한 맛과 향, 빛깔을 지닌 전통주에 매력을 느껴서다. 전통주를 즐기는 젊은 층이 늘고 있는 데는 개인의 취향이 중시되는 ‘가치 소비’ 트렌드 영향도 있지만 △이색 전통주 및 이색 주점 증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달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 허용 등의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온라인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7~12월) 30대의 전통주 구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고 20대의 구매액도 66% 늘었다. 이는 40대(52%) 구매액 증가율을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G마켓에서도 20대의 구매액이 21% 늘며 40대(18%)를 넘어섰다. 옥션과 G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술은 온라인 판매가 안되지만 2017년 7월부터 정부가 전통주 진흥 차원에서 온라인 판매를 허용했다”면서 “작년부터 전통주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40대보다도 20, 30대의 매출 증가율이 높은 점이 눈에 띈다”고 전했다.

일부 백화점에서도 20, 30대의 전통주 구매 증가가 뚜렷하다. 신세계백화점이 2014년 한국전통주진흥협회와 손잡고 선보인 전통주 전문 브랜드 ‘우리 술방’의 20, 30대 구입 비중은 2016년 37.4%에서 2018년 40.1%로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고루한 이미지의 전통주를 세련된 디자인으로 내놓은 게 인기 요인”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올들어 3월 18일까지 전통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5% 늘었다”면서 “전통주 장인을 발굴해 적극 지원한 것도 시장 확대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통상 전통주는 지역의 전통 양조 방식을 보존해 만든 술로 증류주(안동식 소주, 매실 담금주 등)와 발효주(약주, 청주, 막걸리 등)로 나뉜다. 국가에서 지정한 무형 문화재 명인이 만든 술을 지칭하기도 한다. 지역별로는 서울 삼해소주, 경기 문배주, 강원 옥선주, 경북 안동소주, 전남 추성주 등이 유명하다.

과거 전통주는 명절 때나 마시던 술이었지만 최근엔 일상적으로 서울 강남 홍대 이태원 등지에서 소비되고 있다. 서울 주요 상권에서 이색 전통주점이 늘어나고, 젊은 층 사이에서 화제가 될 만한 이색 전통주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G마켓과 옥션에서 젊은 층에게 가장 인기 있는 전통주인 ‘배상면주가 보이아락’은 소주병에 담은 증류식 소주란 콘셉트로 이목을 끌었다. 탄산이 들어간 복분자주를 빨대로 빨아먹는 ‘배상면주가 탄산주 빙탄복’과 전용 망치로 황토 토기를 깨서 그 안의 술을 꺼내먹는 ‘한국형 세레모니주 오매락퍽’도 젊은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들이다. 신세계백화점은 1~2인가구와 혼술족을 겨냥해 소용량(375ml)으로 만든 ‘술방 과실주 미니 세트’를 2016년부터 판매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지역 명인 발굴 프로젝트인 ‘명인명촌’ 시리즈를 통해 감홍로 이강고 죽력고 등을 선보였다.

전통주가 관심을 끌면서 이색 전통주점도 속속 생기는 추세다. 서울 압구정동에서 200여 종이 넘는 전통주를 판매하는 ‘백곰막걸리&양조장’을 비롯해 80여 개의 막걸리를 판매하는 서울 마포구 ‘술개구리’, 평소 접하기 어려운 증류주를 선보이는 ‘작’(서울 역삼동), 다양한 전통주를 시음해볼 수 있는 ‘전통주 갤러리’(서울 역삼동) 등이 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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