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사탕이 입안에서 녹듯 ‘사르르’ 사라지는 해초. 감태다. 겨울철에 제 맛을 내는 ‘해초 4총사’라면 흔히 김과 파래, 매생이, 감태를 일컫는다. 이 중 충남 서산, 태안지역 가로림만에서 채취되는 감태는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김이 검 붉은색, 매생이가 검 녹색, 파래가 진녹색을 띠는 반면 감태는 이보다 훨씬 밝은 연두색을 띤다. 매생이보다는 두껍고 파래보다 가늘어 ‘실파래’라고도 불린다. 바삭하게 말려진 감태는 듬성듬성 만든 한지(漢紙)와도 비슷한 모양이다.
매년 수확철인 12~3월이 되면 충남 서산군 지곡면 중왕항 주변과 태안군 이원면 사창리 앞 갯벌은 마치 잔디축구장처럼 연두색을 띤다. 성장하는 방식도 독특하다. 김과 파래, 매생이는 갯벌에 소나무 말뚝을 박고 대나무를 쪼개 엮어 만든 발 또는 망에서 포자가 성장하며 자란다. 감태는 청정 갯벌 위에 포자가 박힌 뒤 그 위에서 자란다. 따라서 기계로는 수확할 수 없고 일일이 손이 간다. 긴 장화를 신고 칼바람을 해치고 갯벌 위에서 한 움큼씩 뜯어야 한다.
막 채취된 젖은 감태는 마을로 옮겨져 세척된 뒤 한 장 한 장 수작업을 거쳐 양지바른 곳에서 해풍을 맞으며 건조된다.
맛은 묘하다. 입 안에 넣으면 바다 향이 가득하면서도 새콤, 달콤, 짭짤한 맛이 반복되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달콤한 김’이라 해서 ‘감태(甘苔)’라 부르는 게 맞는 말 같다.
양식이 안 되는데다 채취도 어려워 건조 감태의 경우 톳(100장) 당 3만 원선이다. 구워 낸 것은 4만 원선으로 김보다 5배가량 비싸다. 그렇지만 건조가 되기 무섭게 도매상이나 전화 예약으로 팔려 나간다.
노화방지, 생활습관으로 발생한 병의 예방, 항암에 효과 높고, 열량이 낮아 비만과 변비 등에 이롭다고 한다. 폐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김처럼 밥에 싸서 먹어도 좋으나 초무침, 칼국수, 수제비 등에 넣어도 바다 향을 느낄 수 있다. 매생이처럼 굴국을 끓여도 좋다.
충남 서산시는 정부의 어촌뉴딜 300사업에 ‘감태로 풍요를 만드는 중왕마을’을 주제로 한 사업 계획이 수산 특화형으로 선정돼 76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고 24일 밝혔다.
서산시는 내년부터 2020년까지 지곡면 중왕항에 어부장터, 해품감태 특화거리, 청년수산학교, 독살체험장 등을 조성, 운영해 국내 최고의 감태 생산기지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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