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크니의 ‘예술가의 초상’ 생존 작가 최고경매가 기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6일 14시 45분


코멘트

1972년 작…미국 뉴욕 크리스티에서 1020억 원에 낙찰돼
호크니가 同性 연인과 헤어진 직후 그의 사진 보며 그려
NYT “동성애 주제 다룬 작품이 고가로 팔린 것 처음”

데이비드 호크니의 아크릴화 ‘예술가의 초상(Portrait of an Artist(Pool with Two Figures))’. 1972년. 사진출처 christies.com
데이비드 호크니의 아크릴화 ‘예술가의 초상(Portrait of an Artist(Pool with Two Figures))’. 1972년. 사진출처 christies.com
영국 미술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81)의 1972년 작 아크릴화 ‘예술가의 초상(Portrait of an Artist(Pool with Two Figures))’이 생존 작가 작품 최고 경매가 기록을 경신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5일(현지 시간) 오후 뉴욕 맨해튼 크리스티 록펠러 센터에서 열린 경매에 매물로 나온 이 작품은 전화로 참여한 응찰자 두 명이 약 9분간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9031만2500달러(약 1020억 원·수수료 포함)에 낙찰됐다. 낙찰자가 누구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종전 기록은 2013년 뉴욕 크리스티에서 미국 작가 제프 쿤스(63)의 오렌지색 조형물 ‘풍선 개(Baloon Dog)’가 세운 5840만 달러다. 이번 경매 전에 크리스티가 발표한 ‘예술가의 초상’ 예상 낙찰가는 8000만 달러였다. 사망한 작가를 포함한 역대 경매 최고가 작품은 지난해 뉴욕 크리스티에서 4억5030만 달러에 낙찰된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의 그림 ‘살바토르 문디’다.

‘예술가의 초상’은 태양이 가득히 내리쬐는 산중턱의 옥외 수영장을 배경으로 반짝이는 하늘빛 수면 아래 잠겨 평영을 하고 있는 사내, 무채색의 핑크빛 재킷 차림으로 수영장 언저리에 서서 물속 남자를 수심 어린 기색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사내를 묘사했다.

호크니가 수십 년간 거주했던 캘리포니아의 고급 주택가를 배경으로 한 그림으로 종종 오해받곤 하지만 작가는 영국 런던의 작업실에 앉아서 프랑스 남부의 한 수영장 사진을 보며 이 그림을 그렸다. 옷을 입고 서 있는 남자의 모습은 런던 켄싱턴 공원에서 호크니가 촬영한 옛 연인 피터 슐레진저의 사진에서 가져왔다.

슐레진저는 1966년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강의했던 호크니의 학생이었다. NYT는 “호크니는 슐레진저와 헤어지고 나서 3개월 동안 이 작품을 그렸다. 수영장 속 남자는 슐레진저의 새 연인을 묘사한 것”이라고 전했다. 호크니의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회고전을 기획했던 큐레이터 이안 알티비어는 “이 작품에는 관계가 종료된 연인에 대한 묘한 감정이 뒤섞인 작가의 작별인사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NYT는 “동성애가 예술에서 금기시된 주제는 아니지만, 동성애 주제를 다룬 작품이 이 정도로 높은 가격에 판매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