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혁신으로 4차 산업혁명 주도권 잡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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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한국연구재단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인문학적 소양과 공학적 사고력이 결합된 창의 융합형 미래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대학은 4차 산업을 주도하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 개혁과 혁신을 내세우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2016년부터 교육부가 ‘4차 산업 수요에 맞는 미래인재 육성’을 모토로 추진하고 있는 전국 21개의 프라임사업 참여 대학들이 대표적이다. 교육부에서 3년간 6000억 원을 투입해 진행하는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으로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로봇 등의 미래유망 공학계열 학과를 신설하거나 개편해 인력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하는 교육개혁이다.

미래인재 확보의 초석 다지는 교육정책

일선 산업현장에서 4차 산업 관련 전문 인력의 부족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발간한 ‘2015∼2025 대학 전공계열별 인력수급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까지 공학계열은 26만8000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인문, 사회, 자연과학, 교육, 예체능 등 분야는 구인인력의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 청년 실업률 증가, 분야별 인력 미스매치 등을 극복하고 미래 산업계가 요구하는 인재 육성을 지원하기 위해 대학에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통해 변화와 개혁을 유도하고 있다. 미래 유망 분야로 정원을 조정하고,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등 대학교육의 선제적 체질개선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학은 자율적으로 정원조정 등 학사구조를 개편하고, 학생들의 전공 능력과 함께 진로 역량을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으로 현재 21개 대학에 170여 개 4차 산업 관련 전공이 신설되거나 확대됐으며, 전체 입학정원 4만8800여 명의 약 11%에 해당하는 정원이 계열 간 이동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대학이 융합기술 중심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는 기회가 되는 것은 물론 개선된 교육환경으로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21개 대학 중 80%가 서울 외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지방대학의 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해당 대학의 공학계열에는 약 5만 명의 추가 충원이 가능해 미래 인재 확보의 초석이 될 예정이다.

교육혁신 주도하는 대학들

21개 대학은 각각의 특성에 맞는 학제 개편과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내세우며 교육혁신의 선봉장이 되고 있다. 순천향대는 학생들이 첨단 산업현장을 학내에서 체험, 학습할 수 있도록 인더스트리 인사이드(Industry Inside) 교육과정을 도입했다. 헬스케어, 제조, 미디어, 비즈니스 산업 분야 등 4개의 인사이드를 13개의 스튜디오로 구성해 학생들이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통해 창의, 융합 능력을 습득함으로써 기업이 기대하는 인턴십 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 대학은 추후 웰니스융합전공 이수 학생들의 창업 활동을 지원하고, 메이커스 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을 온·오프라인에서 전시, 판매하는 ‘SCH 앙뜨레프레너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건국대는 현장기반 실무능력향상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유연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8학기 중 한 학기 동안 수업 대신 자기주도적 창의활동 과제를 수행하면 이를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7+1 자기설계학기제’, 일명 ‘드림(Dream) 학기제’가 대표적이다. 학생들은 △창업연계 △창작연계 △사회문제해결 △지식탐구 △기타(자율) 등 각 유형에 적합한 주제로 전공이나 관심 분야에 따른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지도교수들의 밀착 멘토링도 받는다. 각 프로젝트의 성과는 학기 말에 개최하는 공개 발표회를 통해 공유된다. ‘웹 예능 프로그램 제작 및 미디어 회사 창업’,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가치 공동체 설립’ ‘서울 현대 건축 분석 및 교내 조경 계획’ 등 총 169명의 학생이 100건의 프로젝트를 설계하여 수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현장 참여 위주의 활동을 통한 문제해결능력, 자기 주도성 향상은 물론 창업, 단체 설립, 대외 공모전 수상 등의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고 있으며 진출 분야 결정에도 큰 도움을 받고 있다.

한양대(ERICA)는 국내 대학 최초로 ERICA IC-PBL(Industry-Coupled Problem-Based Learning)교육과정을 도입했다. 전공별 산업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학생 스스로 수업의 주체가 되어 사고와 행위를 통하여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직접 실천하는 수업 방식이다. 이러한 교육과정 도입에 따른 각 단과대학별 IC-PBL Room(강의실)과 IC-PBL Open Space(학습토론실)을 조성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균형적인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산업현장의 수요를 교육과정에 수시로 반영하기 위해 국내 대학 최초로 47개 전 학과(전공)에 관련 기업, 연구소 등의 전문가 및 실무책임자 375명이 참여하는 ‘산업연계자문위원회(ERICA-IAB·Industry Advisory Board)를 본부-대학-학과 단위로 조직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17학년도에는 188개의 교과목에 자문의견이 반영되어 현장 실무 중심의 교육과정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드론·AI·VR 4차 산업 첨단학과 ‘창의와 융합’ 수업

21개 대학에 새롭게 만들어진 170여개 학과는 드론, AI, VR, 빅데이터, 지구환경 등 대부분 4차 산업 관련 첨단학과(전공)다. 동신대의 에너지시스템경영학전공, 성신여대의 서비스디자인공학과, 대구한의대 화장품공학과 등 최소 2∼3개 분야가 융합된 학과들로 구성돼 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춘 융합학과들이 탄생하면서 대학 수업 현장에서도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 다양한 분야의 능력을 두루 갖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창의와 융합의 수업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숙명여대는 공과대학 신설에 따라 비공학계열 학생들에게 공학으로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자 ‘프라임 테크스쿨(PRIME tech school)’이라는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프라임 테크스쿨은 비공학계열 학부 재학생을 대상으로 정규학기와 계절학기 교과목으로 운영되며 4차 산업혁명과 기술창업, 왕초보 파이썬 배우기, 종이접기로 배우는 창의적 설계, 아두이노로 배우는 코딩의 세계, 내가 만드는 3D프린팅, 빅데이터로 해석한 경영과 공학 총 6개 교과로 구성돼 있다. 프라임 테크스쿨은 매 학기 수업평가에서 평균 4.4점(5점 만점) 이상을 기록하며 수강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강인원의 증가는 물론, 공학 복수·부전공자 수도 함께 증가하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WINE(Women IN Engineering) 프로그램’을 통해 실습 위주의 융합 공학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공학과 인문학을 융합한 IoT스토리텔링 프로젝트, 여성 공학도의 미래 전망을 이야기해보는 여성 엔지니어 멘토링 프로그램 등 사회수요를 반영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들은 보다 심화된 ‘WIC(WINE Intensive Course)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 공학리더로서의 역량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현업에서 제시된 과제나 사회수요에 걸맞은 주제에 대해 공학과 비공학계열 학생들이 함께 해결함으로써 미래에 필요한 창의적 문제해결역량과 협업역량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광대 프라임사업단 ICT융합교육원은 5월 교내 학생회관 앞 광장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 체험캠프’를 개최했다. 3일간 진행한 행사는 다채로운 체험 및 관람 프로그램을 통해 4차 산업혁명과 학과 전공 분야를 응용하고 융합할 수 있는 능력 배양을 비롯한 학생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진행됐다. 로봇, 드론축구장, 3D프린팅, VR, AR코딩존으로 나눠 진행됐으며 총 300명 이상의 학생이 참여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학생들의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보고 듣고 만지고 노는’ 행사를 개최한 것이다.

지역 산업계, 반가운 ‘맞춤형 지역인재’

4차 산업 미래 인재 육성에 나선 21개 대학 중 80%가 지방에 위치해 지방대학 경쟁력 강화는 물론 지역 맞춤형 인재 양성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호남대는 프라임사업으로 신설된 미래자동차공학부가 지역전략산업 인력양성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광주시가 친환경자동차 육성을 위해 123만 평 규모의 빛그린국가산단에 친환경 자동차 부품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많은 기업을 유치하고 있는 가운데 호남대는 향후 5년 동안 지역 내 미래자동차 인력양성을 통해 산업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 이렇듯 21개 대학들이 4차 산업 관련 지역 산업계와 제휴를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들을 육성하고 있다.

신라대는 ‘지역경제를 창조하는 글로벌 MICT(Mechatronics+ICT) 융합형 공학인재 육성’을 비전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지역인재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27개 우수 지역산업체와 주문식 교육과정 협약을 체결해 이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은 산업체 인턴 및 채용으로 연결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산업체 인사, 교수, 학생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산업체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혁신 아이디어 및 기술을 발굴해 내는 삼위일체형 프로젝트팀을 운영하고 성과발표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우수한 학생을 바로 채용하는 성과도 거두는 등 기술개발을 위한 산업체의 재정적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대구한의대는 아시아 최고의 코스메디컬바이오산업 거점대학의 비전을 가지고 화장품·제약·바이오산업분야의 창조형 현장실무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프라임사업을 통한 산학협력으로 지역 화장품기업에 2016년 10건, 2017년 5건의 기술이전을 했고, 기술개발에 참여한 학생들은 해당 기업에 채용되는 등 지역 화장품 맞춤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특히 경상 북도와는 K뷰티 화장품제품 개발지원, 글로벌 코스메틱 활성화 지원사업 수행과 경북화장품 공동판매장 브랜드 클루앤코(CLEWNCO)를 공동 론칭 하는 등 화장품 분야 산관학 협력의 핵심 역할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프라임사업은 올해로 3년간의 사업이 종료된다. 교육부는 재정지원 종료 후 5년간 사후 성과 관리를 진행해 4차 산업을 주도할 인재양성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멘토링 프로그램, 취업연계 현장 실습, 지역기업과의 지속적 협업 등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운영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는 “사회의 변화와 산업 수요를 반영한 4차 산업 중 인재 양성에 기반한 교육과정을 혁신하고 있으며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사회 수요 맞춤형 인재들을 배출하게 된다”며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주도권을 확보해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혁신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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