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과학경영의 시대 가고 인문경영 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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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경영은 효율-생산성 중시… 고객-직원도 도구적 존재 간주
인문경영은 사람 그자체 목적… 수익보다 구제-살림중시 경향
인문학 열풍은 가치전환 신호… 기업은 상품 아닌 영감 구축을

“경영학을 경제나 엔지니어링에 관한 학문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영학은 사람에 관한 학문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편집 책임을 맡았던 조안 마그레타는 저서 ‘경영이란 무엇인가’에서 경영학의 성격을 이와 같이 정의했다. 경제학이나 공학은 과학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사람에 대한 연구는 인문학의 영역이다. 경영학을 인문학적 관점과 과학적 관점에서 보는 차이는 무엇일까.

우선 과학경영은 효율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을 생산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경영이라고 생각한다. 직원이나 고객도 생산과 판매를 위한 수단이나 도구적 존재로 인식한다.

하지만 인문경영은 사람을 최우선의 가치 기준으로 삼는다. 고객과 직원이 수단이나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 된다. 경영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과정이라고 본다. ‘세상을(世) 경영해(經) 사람을(民) 살린다(濟)’는 의미의 ‘경세제민(經世濟民)’이란 말은 인문경영의 가치관을 잘 담고 있다. 경영의 본질이 효율이나 수익보다는 구제나 살림에 있다는 뜻이다.

근대화 이전 동아시아에는 인문경영의 관점이 우세했다. 모든 사람을 두루(兼) 살린다(濟)는 의미의 ‘겸제(兼濟)’가 경세제민의 사상적 토대였다. 예컨대 조선시대 활인원(活人院)이란 ‘사람을 살리는 곳’이라는 뜻으로 당시 국립병원을 지칭하는 용어였다. 여기에는 나라 살림의 본질이 사람 살림에 있으며, 병은 물론 사람을 총체적으로 살린다는 유교적 경영 이념이 담겨 있다. 반면 전문 기술이 강조되는 현대의 병원(病院)은 과학경영을 상징하는 용어라고 볼 수 있다.

활인원이 병원으로 바뀐 것은 근대 서양 문물이 번역되는 과정이었다. 박물관도 예외는 아닌데 박물관의 원어에 해당하는 ‘뮤지엄’은 학문과 예술을 담당하는 ‘뮤즈’라는 여신의 이름에서 파생된 말이다. 작품에 깃들어 있는 뮤즈와 대화하면서 인문학적 상상력을 펼치는 공간이 뮤지엄인 것이다. 반면에 뮤지엄의 번역어인 박물관(博物館)에는 예술적 영감이 빠져 있다. ‘특정한 주제하에 물건을(物) 많이(博) 모아놓은 곳(館)’이라는 의미로 학습이나 구경을 하러 가는 곳으로 개념화돼 있다.

병원과 박물관은 근대화 과정에서 유교 전통과 새로운 과학이 만나면서 인문적 물음이 사라져버린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에 반해 최근 인문학 열풍은 과학경영에서 인문경영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신호로 읽어야 한다. ‘잘 산다’의 기준이 경제적 수치에서 인문적 가치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경영학은 아직 이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는 어떤 개념을 상품화해서 독창적인 자기 세계관을 구축하는지가 기업의 명운을 가르게 될 것이다. 단순히 기업의 상품을 진열하는 박물관이 아니라 자기만의 세계관과 영감을 담은 뮤지엄이 늘어나길 기대한다.

김경묵 인문디자인경영연구원 원장 formook@naver.com
조성환 인문디자인경영연구원 편집팀장 hansowom70@nate.com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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