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임동진]소수의견이 어쩌면 진리일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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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진 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
임동진 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
19세기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민주주의가 가장 바람직한 정치형태이면서 동시에 잠재적으로 가장 억압적인 정치형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민주주의의 장점은 다수자가 공공선을 추구하고 다수의 결정을 일반대중이 수용하며 이를 통해 집단지성을 향상시킨다는 점이다. 반면 다수결에 의한 정책결정은 경솔하고 근시안적이고 다수결에 의한 다수의 이익이 반드시 사회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라는 단점도 있다. 다수결이라는 권력이 소수자들에게 남용될 수 있다.

현대로 접어들면서 집단, 사회, 국가라는 다수로부터 개인은 위축되고 무기력해지고 있다. 다수와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이익, 사상과 표현은 제약될 수 있다. 많은 경우 그들이 비난하는 사람이나 정책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밀은 다수결 민주주의 제도가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사상과 토론의 자유가 필요하며 이를 세 가지 사례를 통해 설명했다. 첫째는 소수의견이 진리인 경우, 다수가 판단을 잘못한 것인데 이는 다수는 무조건 오류가 없을 것이라는 독단으로 잘못이라는 것이다. 비판과 토론이 필요하다. 둘째는 소수의견이 진리가 아닌 경우로, 소수의견을 제약하는 것은 다수가 왜 진리인지를 인식하는 기회를 빼앗아가기 때문에 잘못이다. 셋째는 다수의 의견과 소수의 의견이 모두 진리인 사례다. 이에 대한 제약은 한 세대가 다른 세대의 잘못으로부터 배우는 과정에 대한 간섭이므로 잘못이다.

다수결 민주주의는 어느 경우든 소수의견이 충분히, 완전하게, 절대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첫째, 비록 어떤 소수의견이 침묵을 강요당할 때에도 그 의견이 어쩌면 진리일 수 있다. 둘째, 비록 침묵 당한 소수의견이 오류가 있다 해도 거기에는 진리의 일부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일반적이거나 우세한 의견이라도 그 전부가 진리인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그 나머지 진리가 보충될 기회를 얻는 것은 서로 반대되는 의견들의 충돌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셋째, 설령 일반적으로 공인된 의견이 완전한 진리라고 해도 진지한 토론이 허용되지 않으면 다수는 그 합리적 근거를 이해하지 못하고 일종의 편견을 신봉하는 것이 된다. 넷째, 소수의견이 발표될 자유가 박탈되면 창의적이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경험을 통해 참 진리에 도달할 가능성을 막게 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우리 사회에서 소수의견에 대한 존중은 우리 민주주의를 보다 성숙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임동진 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
#존 스튜어트 밀#다수결 민주주의#소수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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