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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하다 울컥하긴 처음”…‘힐링 게임’에 열풍하는 젊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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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하다 울컥하긴 처음”…‘힐링 게임’에 열풍하는 젊은이들

장선희기자 입력 2018-02-21 16:06수정 2018-02-2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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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하다 울긴 처음.” “우울증이 치유되는 기분이에요.”

한 모바일게임에 쏟아진 독특한 후기들이다. 요즘 게임들, 때리고 부수는 폭력이 일상적이다. 댓글 역시 험악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8개월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마이 오아시스’는 “마음이 편해졌다”는 호응을 받으며 4.7점(5점 만점)의 높은 평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 ‘명상센터’ 분위기는 어쩐 일일까.

‘마이 오아시스’는 게임하는 내내 위로의 말이 화면에 뜬다. 최근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올해를 빛낸 인디게임’으로 뽑히기도 했다. 구글플레이스토어 제공
사실 ‘마이 오아이스’는 요즘 눈높이에선 어이없을 정도로 단순한 게임이다. 화면을 터치해 하트를 모은 뒤 척박한 사막과 오아시스 근처에 나무나 동물을 추가한다. 시종일관 느릿한 배경음악이 흐르고, 때로는 화면의 계이름을 눌러 음악을 연주하며 시간을 보낸다. 뭣보다 게임하는 내내 “너무 치열할 필요 없어, 힘내요” “다들 평범하게 사는 거죠” 등의 ‘위로의 말’이 쏟아진다.

최근 이처럼 게임 유저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이른바 ‘힐링(치유) 게임’이 인기다. 여기선 누군가와 치열하게 경쟁할 필요가 없다. 자연히 다른 게임처럼 ‘현질(돈으로 아이템을 사는 행위)’에 혈안이 될 일도 없다. ‘마이 오아시스’ 개발사인 버프스튜디오 김도형 대표(44)도 “요즘 세상은 ‘헬조선’이란 용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나. 게임을 통해서라도 젊은 세대에게 위안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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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친구의 말동무가 되어주는 게 목표인 게임 ‘비 내리는 단칸방.‘ “보고만 있어도 여유로워진다”는 유저 반응이 눈에 띈다. 구글플레이스토어 제공
또 다른 힐링 게임인 ‘비 내리는 단칸방’은 단순하단 표현도 부족하다. 솔직히 무료하기까지 하다. 배경음악은 잔잔한 빗소리. 좁은 방에 우울한 표정으로 쭈그리고 앉은 캐릭터와 별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는 게 다다. 그것도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와” “한 것도 없는데 지친다” 같은 소소한 말만 내뱉는다. 우울해 보이는 이 캐릭터와 조금씩 대화 횟수를 늘려 친구가 되는 게 게임의 목표. “3개월 간 진짜 친구를 사귄 느낌” “게임 끝판까지 가고도 정이 들어 삭제를 못하고 있다”는 후기가 넘친다.

이밖에 ‘눈물’을 클릭해 치유 에너지를 모은 뒤 나무를 성장시키거나(‘눈키’), 마음을 진정시키는 오케스트라 배경음악을 들으며 세계의 여러 나무들을 가꾸는 게임(‘세계수 키우기’) 등도 약 5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관계자는 “‘눈키’는 슬픔은 부정적인 정서가 아니며 가끔은 울어도 괜찮다는 걸 알리자는 게 제작사의 취지” 라며 “경쟁적 요소가 최대한 배제된 힐링 게임에 요즘 세대들의 호응이 크다”고 전했다.

힐링 게임 열풍은 한국만의 현상도 아니다. 최근 중국도 ‘타비카에루(여행개구리)’란 모바일게임이 다운로드순위 1위에 올라 화제가 됐다. 역시 방방곡곡 여행을 떠나는 개구리에게 도시락과 짐을 주기적으로 챙겨주는 게 전부인 단순한 게임이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실 경쟁에 지치고 때론 무기력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게임에서나마 위안을 받는 것”이라며 “사람과의 ‘관계’가 아니라 손쉬운 게임을 통해 행복과 만족감, 위로를 받는 안타까운 세태라고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장선희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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