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40년, 사이클 거목의 퇴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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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하는 정태윤 서울시청 감독
대구 능인고 시절 5관왕 주목… 1978년 중고생 가르치기 시작
“올림픽 감독 2번, 노메달 아쉬움”

한국 사이클의 ‘대부’로 통하는 정태윤 서울시청 감독(64·사진)이 올해를 끝으로 40년 지도자 생활을 마친다.

서울시청은 올해 국내 유일의 국제 도로 사이클 대회 투르 드 코리아(TDK)에서 소속 선수 민경호가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국제사이클연맹(UCI) 1등급 투어에서 개인종합 우승을 했고, 전국체육대회 4km 단체추발 4연패를 포함해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등 돋보이는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정 감독은 60세가 넘었다는 이유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 정 감독의 후임은 ‘한국 사이클의 전설’ 조호성 현 코치다.

정 감독은 대구 능인고 시절 5관왕을 차지하는 등 유망주로 주목 받았다. 고교 졸업 후 육군 3사관학교에 입대해 선수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1977년 전역한 뒤 실업팀에서 활약하며 후배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1978년부터 경남 마산으로 내려가 중고교 선수들을 가르쳤으니 지도자 생활만 40년이다. 그가 지도한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낸 덕분에 정 감독은 1980년에 창단한 경남대 사이클팀을 맡게 됐다. 국군체육부대로 옮긴 1984년까지 그가 키운 김철석 이용우 이진옥 김동환 등은 각종 대회 우승을 휩쓸며 ‘경남대 전성시대’를 만들었다. 김동환은 당시 모든 선수들에게 ‘꿈의 대회’였던 동아사이클대회에서 신인상을 시작으로 2차례나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했던 선수다. 정 감독은 2001년부터 서울시청을 맡아 국내 최고의 팀으로 육성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대표팀을 맡았는데 그때 메달을 따지 못한 게 지금도 한으로 남아 있습니다. 사이클은 투자가 중요합니다. 본고장인 유럽에서 그곳 선수들과 경쟁하며 실력을 닦는다면 머지않은 시간에 꿈에 그리던 올림픽 메달을 딸 수 있을 겁니다.”

슬하에 2남을 둔 정 감독은 두 아들을 모두 사이클 선수로 키웠다. 장남 정현석 씨(39)는 현재 서울체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차남 정정석 씨(36)는 국가대표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정현석 씨의 장남 정민교(16·창촌중)도 사이클 선수로 뛰고 있다. 3대에 걸친 사이클 집안이다.

“한국 사이클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TDK 같은 국제대회가 더 생겨야 합니다. 중국만 해도 국제대회가 20개에 육박하거든요. 국내에서 지도자는 그만두지만 해외 팀 몇 곳에서 제안을 받고 협의 중입니다. 사이클은 멈추면 쓰러집니다. 달릴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달려야죠.”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한국 사이클#한국 사이클 대부#정태윤 서울시청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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