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둬! 평창 무대 센터자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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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당찬 꿈’
외국리그-상무… 다른 곳에 있던 그들… 태극마크 아래 하나의 목표향해 전진
본선 12개국중 가장 낮은 랭킹 21위
백지선 감독 “우린 패밀리, 지지 않아… 벌떼처럼 뭉쳐 상어처럼 공격”

한국 아이스하키가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기적을 꿈꾼다. 2014년 소치 대회 때 서로 다른 곳에 있었던 세 사람은 한국 대표팀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주장 박우상, 백지선 감독과 맷 달튼 골리.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한국 아이스하키가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기적을 꿈꾼다. 2014년 소치 대회 때 서로 다른 곳에 있었던 세 사람은 한국 대표팀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주장 박우상, 백지선 감독과 맷 달튼 골리.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올림픽은 남의 이야기였다.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 아이스하키가 열린 2014년 2월. 그들은 각각 다른 공간에 있었다.

한국의 박우상은 상무에서 군 복무 중이었다. 러시아하키리그(KHL) 시비르 노보시비르스크 소속 골리로 뛰던 맷 달튼(안양 한라)은 텅 빈 아파트에서 TV로 동료들의 경기를 봤다. 동양인 최초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 진출했던 백지선 감독은 NHL 디트로이트 산하 아메리칸하키리그(AHL) 그랜드 래피즈의 코치였다.

생활하는 곳도, 맡은 일도 제각각이었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이 부럽기만 했다. 하지만 이들은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언젠가 나도 저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절대 이뤄질 것 같지 않던 이들의 꿈은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현실이 된다. 백 감독은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한국 팀을 지휘한다. 달튼은 중요 포지션인 골리로, 박우상은 주장으로 올림픽에 출전한다.

평창 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A조에 속한 한국은 세계랭킹 1위 캐나다를 비롯해 체코(6위), 스위스(7위)와 맞대결을 펼친다. 한국은 12개 본선 진출국 가운데 세계랭킹(21위)이 가장 낮다. 개최국에 주어진 자동출전권으로 참가한다. 이들이 평창에서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그건 바로 세계를 놀라게 하는 일이다.

○ 우리는 가족, 가족은 우리의 힘


2014년 7월 부임한 백 감독이 가장 많이 쓰는 말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가족(Family)’이다. 가족은 힘들 때나 좋을 때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이다. 백 감독은 부임 직후 ‘패밀리 데이’를 만들었다. 이날만큼은 감독과 선수의 가족들이 함께 빙상장에서 스케이트를 탄다. 부모를 모시고 오는 선수도 있고, 여자친구를 데려오는 선수도 있다. 박우상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족과 함께 손을 잡고 스케이트를 탄 건 처음이었다”며 웃었다. 그는 “선수의 가족까지 배려하는 감독님의 품격과 감독님의 실력까지…. 믿고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7명의 귀화 선수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 역시 모두 한 가족이다. 달튼을 비롯해 특별 귀화로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은 대부분 한국 생활을 오래해 한국 문화와 음식에 익숙하다. 그렇다 보니 토종 선수들과 귀화 선수들의 입맛이 뒤바뀌는 일도 생긴다. 박우상은 “머리와 눈 색깔만 다를 뿐이지 그냥 한국인이라고 보면 된다. 토종 선수들은 경기를 앞두고 탄수화물을 섭취하기 위해 스파게티를 많이 먹는다. 그런데 귀화 선수들은 오히려 ‘밥심’이 필요하다며 김밥을 주문해 먹곤 한다”며 웃었다.

달튼은 “캐나다에 있는 가족만큼 대표팀이나 소속팀 동료들이 가깝게 느껴진다”며 “평창 올림픽 기간에는 캐나다의 ‘진짜’ 가족이 모두 한국으로 와서 나와 내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 꿈을 남기고 싶은 새로운 영웅들


달튼은 “내가 하키 선수가 된 것은 어린 시절 나의 영웅들의 환상적인 경기를 봤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 강호들과 치열하게 맞붙는 것을 보면서 어린이들이 꿈을 키웠으면 좋겠다. 내가 60세가 됐을 때 우리를 보고 자란 어린이들이 올림픽에 출전하는 모습을 본다면 더없이 뿌듯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우상도 “아이스하키라는 종목을 더 많이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 더 노력하고 있다. 늘어나는 팬들의 관심에 더 큰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 벌떼와 상어


“벌떼처럼 똘똘 뭉치고, 피 냄새를 맡은 상어처럼 달려들어라.” 백 감독은 한국 대표팀의 경기 스타일을 한마디로 요약했다. 그는 “벌은 한 마리일 때는 별게 아닐지 몰라도 뭉치면 위험한 곤충이 된다. 또한 상어는 ‘킬러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양 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격이 왜소한 한국 선수들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전법은 이미 큰 효과를 봤다. 한국은 올해 4월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2부 리그)에서 2위에 오르며 세계 최고 16개국만 들어가는 월드챔피언십(톱 디비전)에 진출했다.

한국 대표팀은 11월에는 각자 소속팀에서 아시아리그 경기를 뛰면서 실전 감각을 유지한다. 12월 11일부터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017∼2018시즌 유로아이스하키투어 채널원컵에 출전한다. 유럽 강호들이 출전하는 이 대회에 한국은 특별히 초청을 받았다. 백 감독은 “평창 올림픽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다. 어떤 경기도 진다는 생각을 안 해 봤다”고 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이헌재 기자
#한국 아이스하키#평창 겨울올림픽#백지선 감독#박우상#맷 달튼 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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