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 총주방장 “비싸다고 맛있나… 대중음식에 眞味”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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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 셰프’ 스케 총주방장
양파수프-피자 같은 음식 이용, 독창적 조리기법으로 재탄생
“한국인, 한식에 자부심 느낄만”

조향사는 다양한 향을 배합한다. 건축가는 필요한 자재를 고려해 가며 건물을 설계한다. 이들처럼 평범한 식재료에서 놀라운 맛과 풍미를 재창조해 내는 것이 크리스티앙 르 스케 셰프의 요리 철학이다. 그는 “요리에 열정이 담겨 있다면 먹는 이들에게도 분명히 감동이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조향사는 다양한 향을 배합한다. 건축가는 필요한 자재를 고려해 가며 건물을 설계한다. 이들처럼 평범한 식재료에서 놀라운 맛과 풍미를 재창조해 내는 것이 크리스티앙 르 스케 셰프의 요리 철학이다. 그는 “요리에 열정이 담겨 있다면 먹는 이들에게도 분명히 감동이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내 인생 최고의 대표작요? 지금 만들어 접시에 올릴 음식이죠.”

미슐랭 3스타를 12년 동안 받은 세계 최정상급 셰프, 지난해 프랑스 현직 셰프들이 뽑은 ‘가장 존경하는 셰프’. 프렌치 요리의 거장 크리스티앙 르 스케 파리 ‘르 생크(Le Cinq)’ 레스토랑 총주방장(55)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3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만난 그에게서는 ‘거장의 열정’이 한껏 묻어났다. 그는 이미 최정상의 위치에 올라있으면서도 자신이 만든 요리에 늘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더 나은 ‘최고의 작품’을 다음 접시에 담기 위해 늘 노력하는 이유였다.

그는 인터뷰 자리에 직접 만든 양파수프를 가져왔다. 그의 말대로라면 지금 만들었으니 그의 ‘대표작’인 셈이다. 보통 수프와 다르게 ‘젤리 구슬’ 같은 모양새가 독특했다. 계란 노른자로 얇은 막을 만들어 감쌌다고 했다. 조심스럽게 떠서 입에 넣자 구슬이 톡 터지며 안에 숨어있던 수프가 입안 가득 다채로운 향과 맛을 선사했다.

그는 “비싼 재료로 만든다고 고급 음식이 아니다. 나는 생선도 비싼 것을 쓰지 않는다. 보통의 식재료에서 맛을 가미하고 조합해서 풍부한 맛을 내는 것이 나의 요리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파스타, 피자, 양파수프 같은 지극히 대중적인 음식을 독창적인 조리 기법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그는 레스토랑 2곳을 총주방장으로 옮겨간 지 1, 2년 만에 미슐랭 3스타로 올려놓는 데에 성공하면서 ‘미슐랭 3스타를 만드는 셰프’라는 별칭도 얻었다. 다음 주면 ‘2018 미슐랭 가이드 서울편’이 발간된다. 누가 별을 딸지, 혹은 잃게 될지 요식업계 초미의 관심사다.

그에게 미슐랭 3스타를 유지하는 비결을 물었다. 그는 “내 요리는 빛이 바래지 않는다. 식상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늘 새로운 요리를 창조하려고 한다”고 했다. 한국 셰프들에게는 “주방에서 일을 할 때 규칙성을 유지하면서도 감성을 담아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접시 위에서 균형을 이루지 않으면 손님들은 금방 알아챈다”라고 조언했다.

그의 서울 방문은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다. 서울 신라호텔의 프렌치 레스토랑은 30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그의 요리를 선보인다. 그는 한식에 대해서도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서울에 올 때마다 한식을 접하는데 세계인이 좋아할 만한 모던한 요리가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한국인은 분명 한식에 자부심을 느낄 만합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미슐랭#크리스티앙 르 스케#르 생크#le cin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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