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영화 ‘마지막 4중주’와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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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지막 4중주’의 네 배우들. 동아일보DB
영화 ‘마지막 4중주’의 네 배우들. 동아일보DB
4년 전 이맘때 ‘마지막 4중주’라는 미국 영화를 보았습니다. 예술가와 노화, 가족관계를 통해 인생의 숨은 면모를 들여다보는, 다소 ‘무거운’ 영화였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유명 현악4중주단인 ‘푸가 4중주단’은 창단 25주년 기념 연주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기가 닥칩니다. 팀 내 최연장자이자 멘토인 첼리스트 피터가 파킨슨병에 걸려 원활한 연주가 불가능해진 것입니다.

네 명의 연주자는 예정된 연주회를 피터의 고별 콘서트로 준비하지만, 지금까지 없던 문제들이 불거집니다. 제2바이올린 주자는 제1바이올린과 자리를 바꾸고 싶습니다. 두 바이올린 연주자는 한 여성을 상대로 경쟁했던 사이이고, 가족 관계의 삐거덕거림까지 끼어듭니다. 네 사람은 문제없이 연주회를 열 수 있을까요?

이 영화를 본 뒤 여러 현악 연주자들께 영화에 대한 느낌을 물었습니다. 영화를 본 연주자들은 대체로 ‘불편했다’고 말했습니다. 특정 ‘전문직’을 묘사한 영화는 그 직종 종사자들에게 터무니없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게 마련입니다. 의사들은 의료 영화를, 법률가들은 법률 영화를 불편해하죠. 그런데 그것뿐만은 아니었습니다. 많은 연주자가 ‘연주가끼리 앙상블을 이룬 팀에 개인적 감정이 끼어들어서 불편해지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은 악몽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영화의 배경에 깔리는 음악이자 네 연주자가 콘서트에서 연주할 작품이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14번 C샤프단조입니다. 통상 4악장제인 일반적 현악사중주와 달리 7개나 되는 악장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허둥대는 듯한 독특한 스케르초가 들어가는 등 여러 가지로 개성이 강한 작품입니다. 명상적이면서 환한 느낌을 주는 4악장은 특별한 감동을 전해줍니다.

22일부터 전국 순회 연주회를 열고 있는 젊은 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이 콘서트 마지막 곡으로 선보이는 작품도 이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14번입니다. 오늘 29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합니다. 모차르트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전 세계 주요 공연장과 음악축제의 초청을 받고 있는 이 악단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실내악 연주단체로 장수하기를 기원합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영화#마지막 4중주#베토벤#현악사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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