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감동경영]한국 마천루, 4차 산업혁명 첨단기술로 비상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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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김병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장

올해 4월 123층(555m)의 롯데월드타워가 정식으로 오픈됨에 따라 우리나라도 이제는 초고층 빌딩의 세계적 흐름에 합류하게 되었다. 이는 대한민국의 경쟁력과 도약을 상징하며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건축물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동에 예정된 현대 글로벌비즈니스센터가 2020년에 완공(569m)되면 새로운 역사로 변경될 것이다.

그럼 얼마나 높아야 초고층에 해당할까. 1930년대 최고층 건물의 높이는 381m이었으나 불과 90년 후인 현재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가 828m로 2배 이상 높아졌고, 2020년 완공 예정인 사우디아라비아 킹덤타워는 높이가 1km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50층 또는 200m 이상의 건물을 초고층 건물로 정의하고 있다. 2000년 이후 그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2016년 기준 102개동에 달하는 등 우리도 초고층 빌딩 경쟁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초고층 빌딩은 최첨단 기술들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건물이 높아질수록 안전, 에너지효율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강도 재료, 고층 엘리베이터, 초고층 설계·시공 등을 위한 최첨단 기술이 요구된다. 국내 건설업체의 초고층 시공기술은 부르즈 칼리파, 타이페이101 등 시공실적에서 보여줬듯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초고층 디자인, 구조설계 등 핵심 엔지니어링 기술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고, 심지어 국내 초고층 사업의 엔지니어링 부문까지도 외국 회사에서 수행하는 등 설계 및 핵심 엔지니어링 분야는 선진국 대비 약 70% 내외의 기술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2009년부터 초고층 분야 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고, 세계 최고 수준 800MPa급 초고강도 강재, 능동형 복합 제어장치 설계·제작기술, 초고층·비정형 통합설계 전산플랫폼(StrAuto) 등을 개발하였다. 특히 고강도 강재 및 StrAuto는 롯데월드타워에 적용되어 상당한 기술적·경제적 성과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국내 설계·엔지니어링 업체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으로 R&D 투자 여력이 없고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도 열악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초고층 분야 최고 기술 보유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투자 방향과 전략을 제시해 본다.

첫째, 건축·건설 고유 기술과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결합한 첨단 융·복합 미래기술에 대한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와의 융복합을 통해 초고층빌딩의 공사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건설로봇과 3차원(3D) 프린팅 기술, 재난·재해 대비 상시 유지관리 및 건물의 효율적 설계를 가능하게 하는 가상현실(VR), BIM 등이 첨단 융·복합 기술의 대표적 예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빠르게 변화·발전하고 있는 지금이 선진기술의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전환할 적기인 바, 세계시장 선점을 위한 첨단 융·복합 기술 R&D에 집중 투자해야한다.

둘째, 초고층 빌딩의 핵심인 고부가가치 설계핵심 기술과 요소기술의 자립화를 위한 지속적 지원이 필요하다. 초고층 건물을 표현하는 3T(Twisted, Tapered, and Tilted), 비정형 등의 용어가 의미하듯 초고층 건물은 더 높고, 더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복잡한 건물을 안전하게 계획·해석·설계하는 엔지니어링 기술, 바람·지진으로 인한 진동 제어기술, 건물 자중(自重)으로 인한 기둥 축소 현상 해결 등 다양한 요소기술이 요구된다. 이 분야는 고급 전문인력이 필요하며, 기술 축적 및 현장 적용을 통한 기술 검증 등에 오랜 시간이 요구되는 만큼, 무엇보다 꾸준한 R&D 지원이 필요하다. 건축물 설계엔지니어링 기술은 총 공사비의 약 5%를 차지하는 기술집약적 고수익 분야로 기술자립화를 할 경우 수입 대체효과 및 기술 수출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강소기업의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전 주기적 지원이 필요하다. 국내 설계엔지니어링 및 요소기술 업체는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자금 및 네트워크 부족으로 사업화 진입장벽 극복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사업화-해외진출’ 전 주기에 걸친 국가적 차원의 강소기업 육성·지원이 절실하다. 먼저 정부가 앞장서 개발 기술을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금융지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인 기술금융, 기술홍보 및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기술로드쇼 등 다양한 수출지원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향후에도 초고층 빌딩의 증가는 계속될 것이며 연관된 분야의 시장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바, 4차 산업혁명 관련 융복합기술과 설계엔지니어링 분야에 집중 투자해 나간다면, 우리나라도 초고층 빌딩의 선도국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공기업#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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