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벨평화상 류샤오보 죽음으로 본 중국 ‘인권 不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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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인권운동가이자 첫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가 13일 간암으로 62세의 생을 마감했다. 2008년 12월 10일 세계인권의 날에 맞춰 공산당 일당체제 종식을 촉구한 ‘08헌장’을 주도한 죄(국가전복선동)로 11년 형을 복역 중이던 그가 올 5월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음에도 중국 정부는 아내와 함께 해외로 나가 치료받고 싶다는 그의 소망을 끝내 저버렸다. 인도적 견지의 출국을 요청한 국제 사회의 호소도 외면했다.

류샤오보는 다른 반체제 인사처럼 해외 망명의 길을 택하지 않고 14억 인민과 함께 가혹한 인권 탄압을 감내했던 중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었다. 조국에 머물면서 민주화운동을 해야 하루라도 빨리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1989년 민주화의 외침이 터져 나온 톈안먼 사태 당시 미국 컬럼비아대 방문학자였던 그가 서둘러 귀국해 민주화를 위한 단식투쟁에 나서고,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중국 정부와 협상을 벌여 더 큰 인명 피해를 막은 것은 유명하다. 그가 2010년 노벨 평화상 수상 소식을 들은 것도 옥중이었다. 노르웨이의 시상식에는 ‘빈 의자’가 자리를 지켰다.

류샤오보의 죽음을 계기로 중국의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지구촌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그의 이름도, 죽음도 잘 모른다. 중국의 언론이 침묵하고 인터넷도 모두 검열받고 있기 때문이다. ‘중화인민공화국 국민은 언론, 출판, 집회, 결사, 행진, 시위의 자유가 있다’ ‘통신의 자유와 통신 비밀은 법률의 보호를 받는다’고 명시된 중국 헌법이 중국 인민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류샤오보가 죽음으로 입증한 셈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인권 침해에 대한 지적이 나올 때마다 내정 간섭이라며 어깃장을 놓는다.

중국의 열악한 인권 현실과 국제 사회에서의 행보를 보면 이 나라는 진정한 대국이라고 하기 어렵다. 미국에 ‘신형대국관계’를 요구하면서도 이에 합당한 책임의식이나 리더십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국을 겨냥한 치졸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대표적인 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멘토였던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장은 공산당을 신으로 모시는 신정(神政)체제와 반대세력을 진압하는 전체주의 정치, 주변국을 위협하는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중국이라는 탐욕에 눈이 먼 용에 맞서 싸우지 않는 한, 우리의 여생은 물론 후손들의 삶도 곤궁하고 위험해질 것”이라고 저서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에 썼다. 중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 바친 류샤오보의 명복을 빈다.
#류샤오보#중국 인권운동가#노벨 평화상#중국 인권 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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