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럽만 뿌려먹던 서민디저트가 럭셔리 빙수로…팥빙수 맛있는 변천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6월 23일 05시 45분


다양한 여름 제철 베리들을 토핑으로 사용해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베리 브라케토 빙수.
다양한 여름 제철 베리들을 토핑으로 사용해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베리 브라케토 빙수.
“팥빙수 팥빙수 난 좋아 열라 좋아/팥빙수 팥빙수 여름엔 왔다야”.

윤종신이 노래 ‘팥빙수’에서 과격하게 애정을 보였던 빙수의 계절이다. 이제는 사시사철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지만, 역시 빙수는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와 내리쬐는 햇살의 여름철에 먹어야 짜릿한 시원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빙수는 부담이 별로 없는 서민 디저트였다. 그러나 요즘은 누구도 빙수를 저렴한 군것질이라 말하지 않는다. 어지간한 점심 한 끼 비용을 훌쩍 넘는 값. 그래서 종종 가격 거품 논란도 벌어지지만, 오히려 올 여름에는 셰프 이름까지 붙여 ‘시그니처 명품’을 표방한 럭셔리 빙수가 새 트렌드로 나오고 있다.

● 비슷한 듯 다른 빙수, 셔벗, 그리고 슬러시

빙수는 기원전 3000년 쯤 중국에서 눈이나 얼음에 꿀과 과일즙을 섞어 먹은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주류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도 베이징에서 먹던 ‘얼린 우유(frozen milk)’ 제조법을 베네치아에 전했다는 기록이 있다. 기원전 300년경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더위에 지친 병사들을 위해 만들어 먹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빙수와 비슷한 모양새의 형제 디저트로는 셔벗(sherbet·프랑스어 소르베(sorbet)과 슬러시(slush)가 있다. 셔벗은 과일주스나 음료에 단맛을 첨가해 얼린 것을 가리킨다. 미국에서는 유제품 함량이 2% 미만이면 셔벗으로 치지만, 본고장 프랑스는 유제품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아이스크림으로 여긴다. 십자군 원정 때 영국 리처드왕이 열병으로 고생할 때 적장인 살라딘왕이 눈으로 만든 셔벗을 선물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단순하게 구분하면 빙수는 얼음을 갈아 위에 고명이나 각종 시럽을 얹어 먹는 것이고, 셔벗은 과일주스나 음료에 단맛을 더해 얼린 것을 말한다. 서울 3대 빙수로 꼽히는 ‘밀탑’의 밀크빙수도 굳이 따진다면 공법상으로는 셔벗에 가깝다.

슬러시는 ‘햇빛을 받아 녹아서 질척해진 눈’이란 의미에서 유래해 음료수를 떠먹을 수 있도록 살짝 얼린 것을 말한다.

이란 ‘팔루데’ 국수빙수 일본 오키나와 빙수
이란 ‘팔루데’ 국수빙수 일본 오키나와 빙수

● 일본 카키고리, 말레이시아 아이스 카창, 이란 팔루데

이웃 일본의 일반적인 빙수는 카키고리(かきごおり))다. 보통 시럽만 뿌려 먹지만 고급 업소에선 말차나 떡도 얹는다. 코리아즈키(氷小豆)는 얼음 위에 단팥을 얹은 것으로 이것이 우리나라로 건너와 발전시킨 것이 지금의 팥빙수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 오키나와에는 코리젠자이(氷ぜんざい)라고 떡과 설탕에 졸인 강낭콩을 올린 빙수가 있고, 가고시마에는 1950년대부터 만들어 팔아온 지역 명물 시로쿠마(白くま)가 있다.

동남아로 가면 말레이시아의 아이스 카창(Ice Kacang)이 있다. 잘게 간 얼음에 시럽을 뿌려 먹는데 일본 카키고리와 비슷하지만 색상이 더 화려하다. 딸기 맛의 빨강/분홍색, 사과 맛의 초록색, 커피 맛의 갈색 등 세 가지 시럽을 뿌리고, 여기에 팥이나 크림, 옥수수 등을 고명으로 얹는다.

필리핀은 할로 할로(Halo-halo)가 대표적이다. 여러가지 토핑을 올리지만, 고구마 비슷한 식감의 우베로 만든 보라색 아이스크림을 얹는 것이 포인트다.

대만의 빙수, 쉬에산(雪山)은 우리 관광객도 즐기는 인기 디저트다. 얼음을 곱게 갈아 다양한 토핑을 올리는데 요즘은 망고 빙수가 대세이다. 흔히 대만 3대 망고빙수로는 ‘꽃보다 할배’에 등장했던 아이스몬스터, 저렴한 가격의 시먼딩에(三兄妹), 번화가 용캉제에 있는 스무디 하우스를 꼽는다.

중동에서는 이란의 팔루데(Faloodeh)라는 국수빙수가 유명하다. 기원전 400년 전부터 먹었다는 기록이 있는 유서깊은 아이스 디저트다.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가는 면을 얼려 젤리, 리치같은 과일을 올려 먹는데, 어떤 형식이든 설탕을 넣은 장미수 시럽을 뿌리는 것이 필수이다.

● 셰프 이름 건 호텔 럭셔리 빙수들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은 9월30일까지 5종의 빙수를 판매하는 데 이중 눈길을 끄는 것은 ‘몽블랑 빙수’. 같은 이름의 디저트 케이크 몽블랑을 빙수로 재해석한 것으로 이 호텔 미셸 애쉬만 셰프의 작품이다. 체스트넛 크림을 베이스로 해 파우더 슈가로 만년설이 쌓인 듯한 이미지를 형성했다. 3년 전부터 등장한 호텔 럭셔리 빙수의 대표주자 ‘돔(Dom) 빙수’도 업그레이드했다. 눈꽃 얼음 위에 피치 민트 샐러드, 블루베리 바닐라 컴포트를 올리고, 이 빙수의 상징인 샴페인 돔 페리뇽을 곁들인다.

포시즌스호텔서울은 9월30일까지 ‘월드 오브 빙수’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세계 도시에서 영감을 받은 8가지 빙수들을 매주 하나씩 선보이는 이벤트다. 시나몬 애플 빙수는 보스턴, 블루베리 빙수는 밴쿠버, 파인애플 코코넛 빙수는 치앙마이, 스트로베리 크림 치즈 빙수는 뉴욕, 녹차 모찌 빙수는 교토, 체리 빙수는 제네바, 클레멘타인 빙수는 서인도제도 네비스, 카라멜 바나나 초콜렛 빙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영감을 받았다. 또한 올해부터 빙수를 1인분으로 포장해 가져갈 수 있는 ‘빙수 투 고’ 메뉴도 운영한다.

이밖에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은 대만산보다도 높은 당도를 자랑하는 제주 애플망고와 춘천 하니원 멜론을 사용한 ‘망고 에스푸마 빙수’, ‘멜론 빙수’, ‘호지차 빙수’, ‘녹차 빙수’를 내놓았다. 이중 ‘망고 에스푸마 빙수’는 요리기법 에스푸마(Espuma)를 응용해 애플망고를 직접 갈아 질소가스를 주입해 만든 에스푸마 거품을 빙수에 올려 부드러움을 강조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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