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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의 뉴스룸]본보기집에서 놓쳐선 안 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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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의 뉴스룸]본보기집에서 놓쳐선 안 될 이야기

박성민 경제부 기자 입력 2017-06-13 03:00수정 2017-06-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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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경제부 기자
지난 주말 서울의 한 아파트 본보기집에서 만난 김모 씨(56·여)는 상반기(1∼6월)에 집을 사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대선 후에도 아파트 값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당초 전망과 달리 서울 아파트 값이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를 중심으로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노후를 대비해 투자용 아파트를 보러 다닌다는 김 씨는 “몇 주 사이에 1억 원 가까이 오른 아파트도 많다”며 실기(失期)를 자책했다.

다른 방문객들의 얘기도 대체로 비슷했다.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는다고 하니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청약통장을 써야겠다는 것이었다. 결혼 4년차 부부는 “서울 아파트 값은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전세를 놓더라도 일단 집을 장만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상환이 끝나지 않은 전세자금 대출을 걱정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본보기집을 찾은 인원은 무려 1만여 명에 달했고, 본보기집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2시간씩 기다려 입장하는 방문객도 있었다. 대기자들이 늘어선 주차장엔 더위를 식히라고 대형 선풍기가 여러 대 동원됐다. 여러 면적 크기의 아파트 실내 구조를 보려고 전시실을 옮기는 데도 20∼30분씩 걸릴 정도였다. 본보기집을 나서면 속칭 ‘떴다방’으로 불리는 이동식 중개업자들이 벌 떼처럼 달려들어 “청약통장이 있느냐”고 물었다. 전망이 좋은 일부 아파트는 당장이라도 5000만 원 이상 웃돈을 받을 수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정부가 조만간 부동산 과열 지역을 중심으로 합동 단속을 펼치겠다는 방침을 예고하면서 시장은 이처럼 한 발짝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 규제가 닥치기 전에 ‘막차’라도 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보기집을 나서면서 문득 이곳을 찾은 이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알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시장이 과열되면서 판단 능력이 흐려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분양회사 직원은 기자에게 “일반분양만 1000채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에 학군이나 교통도 흠잡을 데가 없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본보기집 인근에 위치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하철역이 멀어서 차가 없으면 출퇴근이 쉽지 않고, 대형마트 등 편의시설은 부족하다”며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관심을 갖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댔다. 주거 환경이나 투자 예상 수익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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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정부 정책 변화에 따른 리스크도 크다. 당장 하반기(7∼12월)엔 금리 인상 등 변수가 많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금리가 오른다면 무리한 대출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이날 청문회 답변 자료를 통해 “서울 등 일부 지역의 국지적 과열 양상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정밀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맞춤형 규제’가 이뤄질 가능성을 내비쳤다.

증시 격언에 ‘정부 정책에 반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정부 정책의 방향을 읽고 그에 맞는 투자 결정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부동산 시장에도 적용된다. 뜨거운 한낮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본보기집 앞에 길게 줄지어 선 사람들을 보면서 문득 그 말이 떠올랐다.

박성민 경제부 기자 min@donga.com


#본보기집#청약통장#떴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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