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흥얼흥얼…‘CM송’이 돌아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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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서 떨쳐버리려 하면 할수록 더욱 강렬히 귓가에 맴돈다. TV와 라디오 등에서 흘러나오는 광고음악(CM송)이다. 최근 강력한 중독성을 가진 CM송들이 광고계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한동안 유명 연예인 모델 중심의 광고와 인상적인 문구(카피라이팅), 강렬한 이미지 화면에 밀려 광고계의 뒷전에 머물기도 했던 CM송. 쉽고 흥겨운 멜로디와 함께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는 2017년 CM송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 B급 음악? 효과는 A급

CM송이 한국에 처음 나타난 것은 1959년 진로 소주 광고에서 선보인 ‘차차차송’이다. 이후 1990년대까지의 CM송은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 ‘이상하게 꼬였네 롯데 스크류바’처럼 완결된 음악 형태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CM송은 반주를 극도로 줄이거나 멜로디를 단순화한다. 영어교육업체 시원스쿨의 ‘영어가 안 되면 시원스쿨 닷컴’이나 CJ제일제당의 건강음료 광고 ‘오승한뿌리’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변화에는 광고 매체 환경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신명수 음악감독은 “과거에는 광고시간이 30초가량 됐지만 최근엔 15초 정도로 줄었다”며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간결한 CM송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공무원 합격은 에듀윌’, ‘서울사이버대학을 만나고 나의 성공시대가∼’처럼 B급 음악을 지향하는 경우도 많다. 안진실 음악감독은 “과거에는 CM송이 소개되는 매체가 지상파TV, 라디오 정도였다”며 “최근엔 하나의 광고가 종합편성채널, 인터넷 다시보기 등 여러 곳에서 노출되기 때문에 저렴하면서도 파급력 있는 B급 음악이 선호된다”고 말했다.

○ 복고에 시리즈까지 진화하는 CM송

과거 유행했던 음악을 다시 쓰거나 리메이크해 CM송으로 사용하는 광고가 많다는 점 역시 특징이다. KB국민카드 광고에선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가 1974년 신중현과 엽전들이 발표한 ‘미인’을 리메이크해 불렀고, 현대자동차의 광고에는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가 배경음악으로 쓰인다. 원혜진 이노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대중문화 전반에 복고 열풍이 있기에 CM송도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CM송이 인기를 끌자 시리즈로 활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SK텔레콤은 3년째 ‘잘생겼다∼’ ‘이상하자!’ ‘폼’ 등 문구를 CM송으로 만들어 선보이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2015년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를 시작한 이래 ‘니나노, 사는게 니나노’라는 CM송을 앞세우며 광고하고 있다. NHN 관계자는 “톱스타를 내세우면 제품보단 연예인만 기억하는 경우가 많아 CM송 시리즈를 광고 전략으로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CM송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자극적인 경향으로 흐르면서 대중음악 수준을 하향 평준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너무 짧고 강렬한 음악만이 대중에게 소비된다는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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