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붑 대표 “세계 다문화 콘텐츠, 한국에 적극 알려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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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출신으로 5년전 귀화… 영화 수입배급사 차린 이마붑씨

3일 서울 은평구 ‘M&M인터내셔널’ 사무실에서 자신의 첫 배급 영화 ‘아프리칸 닥터’를 소개하는 이마붑 대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3일 서울 은평구 ‘M&M인터내셔널’ 사무실에서 자신의 첫 배급 영화 ‘아프리칸 닥터’를 소개하는 이마붑 대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3일 개봉한 ‘아프리칸 닥터’는 프랑스의 한 시골인 마를리고몽으로 이주한 콩고 출신 의사 세욜로의 정착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흑인을 본 적 없는 이 시골 사람들은 세욜로 가족에게 자신들의 무지와 차별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러나 세욜로는 주민과 함께 어울리면서 적응하다 보면 조금씩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마을에 웃음을 전파한다. 프랑스 현지 박스오피스에서 관람객 56만 명의 흥행을 기록한 작품이다.

 낯선 타지에 발을 들인 뒤 차별에 당황하지만 기존 주민과 함께 어울리는 방법을 찾는 이주민의 이야기. 다양성의 가치를 이야기하면서 유머를 잃지 않는 주인공은 이 영화를 한국에 들여온 수입·배급사 ‘M&M인터내셔널’ 이마붑 대표(39)의 한국 정착기와도 닮아있다.

 방글라데시 출신인 이 대표는 이주 노동자로 1999년 한국에 왔다. 방글라데시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던 그는 박사 학위에 필요한 학비와 아픈 어머니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해외 노동을 결심했다. 그가 이주노동자에게 특히 가혹한 한국의 근로 실태를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자신이 섬유공장 등에서 하루 13시간의 중노동을 하면서 적응에 애썼으나, 다쳐도 치료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월급을 떼이는 동료 직원들을 보면서 불합리하다고 생각해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이주노동자 공동체를 만들고 제도 개선과 실상을 알리기 위해 거리에서 집회 등을 이어 간 게 2000년대 초반이다. 이 대표는 “기존 주민과 이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게 목표였는데 노동운동은 다소 딱딱하게 여겨진다는 점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주민과 교류하는 방안을 예술에서 찾았다. 2004년 이주노동자 방송을 설립해 다큐멘터리를 여러 편 제작했다. 또 이주민문화예술단체를 만들어 이주민을 보는 시선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영화인들과 교류를 쌓으면서 2009년엔 영화 ‘반두비’에 이주노동자 역인 주연 ‘카림’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5년 전 귀화한 이 대표가 지난해 영화 수입·배급업에 뛰어든 것도 다양성을 담은 문화 콘텐츠를 한국 사회에 알리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다문화 이슈를 시작하는 한국사회에서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싶다”라며 “다문화가 막 뿌리내리던 영화 속 프랑스의 한 시골처럼 이주민들도 함께 웃고 사랑하고 대화할 수 있는 이웃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이주노동자#이마붑#다문화#m&m인터내셔널#아프리칸 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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