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책 “이승만 비판 시 저자 고소 부적절, 상까지 줘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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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5월 25일 14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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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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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경제원이 ‘이승만 시 공모전’에서 입선작으로 뽑은 ‘우남찬가’가 이 전 대통령을 비판한 작품임을 뒤늦게 알고 지은이를 고소한 것에 대해 이 재단 원장을 지낸 전원책 변호사는 “제가 원장이었다면 당선작으로 뽑지도 않았겠지만 이 소송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유감을 나타냈다.

전 변호사는 24일 오후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재판을 할 성격이 아니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 범자유주의 진영에서는 이승만 대통령을 건국 대통령으로 보고 있으니 그를 찬양하는 시를 공모했다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당선작을 봤더니만 저 같으면 ‘당선자가 없음’ 하겠던데. 그런 걸 굳이 상을 주면서 어떻게 심사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상 취소를 했으면 그것으로 끝을 내야지 형사사건화하고 민사소송을 해서 분란을 일으킨 만한 문제인가, 사기나 불법행위로 볼 가치가 있는 행동이었는가 짚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기든 명예훼손이든 불법행위로 판단할 재판부가 과연 있을지…”라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보수 성향 경제연구소인 자유경제원은 3월 주최한 ‘이승만 시 공모전’ 입선작 ‘우남찬가’ 저자인 장민호 씨를 업무방해·명예훼손·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5699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우남찬가’는 이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각 행의 앞 글자만 보면 그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자유경제원은 뒤늦게 수상을 취소하고 법적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피소된 ‘우남찬가’의 저자 장민호 씨는 자유경제원이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대학생이라는 그는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이번 고소에 대해 “유치한 해프닝”이라며 “표현의 자유로 내 시를 써서 공모전에 냈을 뿐이니 겁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장 씨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과 과를 한 시에 담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아주 오래 전부터 많이 썼던 ‘어크로스틱(Acrostic·각 행 첫 글자를 연결해 읽으면 특정한 어구가 되도록 쓴 글)’이라는 문학 기법을 사용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어 “공모전에 작품 출품은 자유롭게 할 수 있는데, 심사위원들이 제 시를 보고 뽑은 것 아니겠나”라며 심사위원의 판단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공모 취지에 맞지 않는 시를 공모해 업무를 방해했다’는 자유경제원의 주장에 장 씨는 “‘비판하는 시를 내지 마라’는 요건은 없었다. 찬양하는 요소와 비판요소를 문학적으로 버무려 제출한 것이다. 시가 공모전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일개 개인이 자유로운 의견을 표출했는데 거대한 기업에서 자신들 입맛에 맞지 않는다며 법적인 절차로 개인을 억누르려 한다면 과연 정말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인가”라고 반문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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