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9기 국수전… 무난한 패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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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 9단 ● 조한승 9단
도전 5번기 1국 총보(1∼178)

싱거웠다. 짜릿한 전투도, 긴박한 승부처도 없었다. 초반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것 이외에는 그저 집의 윤곽을 확인하기 위한 몇 차례의 투덕거림이 전부였다.

중앙에서 우하에 걸친 백 집이 80여 집에 달한다. 특별한 사건 없이 이런 식의 ‘통집’이 생긴다는 건 프로 바둑에서 드문 일이다.

아무리 유연한 기풍을 가진 조한승 9단이라도 ‘통집’을 왜 이토록 쉽게 허용했을까. 승부의 고비는 참고도였다. 중앙 백 진 삭감이 관건인 상황에서 흑 1은 응수타진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흑 3이 너무 침착했다. 백 4의 선수에 이어 백 6을 당해선 대궐만 한 중앙 백 집이 만들어졌다.

흑 3으론 흑 ‘가’, 백 ‘나’를 교환하고 흑 ‘다’로 삭감했어야 했다. 그러면 중앙의 경계선이 확연히 달라졌을 것이다.

‘다’의 삭감은 조 9단 수준이면 한눈에 보인다. 착각이나 안이함 때문에 놓친 것은 아니다. 지난해 타이틀을 빼앗긴 뒤의 리턴매치. 같은 패배를 당하고 싶지 않다는 중압감과 멋지게 이기고 싶다는 욕심이 그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 그 결과는 무난한 패배였다. 앞으로 남은 대국에서 중압감을 이겨내는 것이 조 9단의 과제다.

145…69. 178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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