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장 끝날 듯하다가 이어지는 교향곡…“전부 몇 악장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2일 10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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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벨리우스
시벨리우스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 3악장이 끝날 듯하다가 점차 고조되더니 중단 없이 4악장으로 바로 이어집니다. 현악기가 감동적인 선율을 노래하고, 트럼펫이 울려 퍼집니다. 마음이 후련해지는 순간입니다. 마지막 화음이 울리고 난 뒤 “어, 지휘자는 두 번 지휘봉을 내렸는데, 3개 악장만 있는 작품인가?”라고 생각하는 청중도 있을 것입니다.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과 그 전 악장이 중단 없이 이어지게 한 것은 베토벤이 교향곡 5번에서 시도했던 수법입니다. 러시아의 거장 쇼스타코비치도 교향곡 7번에서 3악장이 조용하게 끝나고 4악장이 어둠 속에서 일어나듯 시작하게 곡을 설계함으로써 마지막 두 악장의 연결을 강조했습니다. 이렇게 교향곡 끝의 두 악장을 연결시키는 것은 ‘앞 악장들의 모순과 투쟁을 마지막 악장에서 해소하겠다’는 작곡가의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베토벤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에서 3, 4, 5악장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은 약간 다릅니다. 농부의 춤, 천둥, 비 개인 뒤의 정경을 각각 묘사하고 있지만 시간상으로 연속됨을 강조하기 위해 악장들을 이어놓은 것입니다.

슈만의 교향곡 4번은 네 개 악장 전체가 중단 없이 연주됩니다. 슈만은 개성이 각기 다른 교향곡의 네 개 악장이 밀접히 연결되는 느낌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악장들을 이어놓았을 뿐 아니라 앞 악장의 선율들이 뒤 악장에서도 다시 모습을 비추도록 했습니다. 수십 년 뒤 프랑스 작곡가들이 애호했던 이른바 ‘순환주제’를 앞서 시도한 것입니다.

20세기 초의 시벨리우스는 교향곡 악장들을 합치는 일에 더욱 적극적이었습니다. 7번 교향곡은 아예 전체를 합쳐 한 개 악장의 교향곡으로 만들었습니다.

15일 곽승 지휘 KBS교향악단은 전체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슈만의 교향곡 4번을 연주합니다. 23일엔 김대진 지휘 수원시립교향악단이 3, 4악장이 이어진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 곡 전체가 하나로 융합된 교향곡 7번을 연주합니다.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은 31일 데이비드 로버트슨이 지휘하는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 내한 콘서트에서도 연주됩니다. 모두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콘서트입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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