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416개 순환출자 고리 이번에 손봐야”… 칼 빼든 黨政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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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후계 분쟁]
공정위, 해외계열사 조사 착수

정부가 정치권과 함께 롯데그룹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나선 것은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기업의 지배구조 실체가 전혀 파악되지 않는 데 대한 국민적 비판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20일까지 롯데가 지배구조 현황을 회신하면 추후 분석을 통해 롯데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L투자회사, 일본 롯데홀딩스, 광윤사의 지배구조가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일 공정위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에 속하는 롯데그룹은 매년 지분 및 소유 관계에 관한 정보를 공정위에 보고해 왔다. 하지만 해외계열사 현황은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 3년(2012∼2014년)간 한국의 롯데 계열사들이 16개 일본 롯데 계열사들에 지급한 배당금 총액은 1397억8700만 원에 이른다. 이 중 12개의 L투자회사가 받은 배당금 총액이 638억6600만 원이다. 배당금 지급과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맞물리면서 ‘한국에서 돈 벌어서 일본으로 빼내간다’는 의구심이 적지 않다.

원칙적으로 외국에 있는 계열사는 한국 공정거래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해외계열사라도 국내에 있는 대기업집단 계열사의 범위를 확정하는 데 필요하다면 공정위가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공정위는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등 총수 일가가 해외계열사를 통해 롯데그룹에 속하지 않은 국내 회사에 지배력을 행사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지배력을 행사했다면 해당 회사를 그룹의 계열사로 공정위에 신고했어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7월부터 금지된 신규 순환출자가 발생했는지를 확인하면서 신 총괄회장 등 주요 주주들의 지분 변동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공정위의 자료 요청에 대해 회신 의무가 있는지 법적 검토를 한 뒤 성실하게 답변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롯데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당국에 국외 계열사 현황을 축소 신고했던 정황이 드러나면 그룹 총수 등을 형사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때 받는 처벌은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당정은 롯데의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대기업의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순환출자란 한 그룹 내에서 계열사 A가 B로, B가 C로, 다시 C가 A로 자본금을 출자해 ‘고리’를 만드는 것으로, 적은 자본으로 계열사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했지만 기존 순환출자는 대기업이 자율적으로 해소하게 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존 순환출자에도 손을 대겠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그동안 매각, 합병 등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지속적으로 줄여 왔다. 공정위에 따르면 4월 현재 대기업그룹 중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 곳은 롯데를 포함해 11곳이다. 삼성(10개), 영풍(7개), 현대자동차(6개), 현대산업개발(4개), 현대백화점(3개) 등은 순환출자 고리가 10개 이하다. 현대중공업, 한진, 대림, 한라는 각각 1개뿐이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80개 계열사가 서로 다른 계열사에 1주 이상 투자한 순환출자 고리를 416개나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정치권은 자율적으로 안 되면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대기업집단의 해외계열사까지 순환출자규제를 의무화하는 ‘롯데 해외법인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박형준·한우신 기자
#롯데#순환출자#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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