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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영화 전성시대? 흥행 톱10 보니…‘야한게 전부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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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영화 전성시대? 흥행 톱10 보니…‘야한게 전부가 아냐’

정양환기자 입력 2015-03-12 14:32수정 2015-03-1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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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청불(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전성시대’가 오는 건가요?”

그럴지도 모른다. 적어도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폭주(?)만 보면. 438만 명(11일 기준)이라니. 청불 외화는 지금까지 300만도 넘긴 적이 없었다.

몇 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청불 영화 개봉은 험난한 도전이었다. 청불은 대략 관객 30%는 손해 본다는 게 지금도 업계의 통념. “제작자로선 ‘15세 이상’ 등급을 바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안영진 미인픽쳐스 대표)

최근 극장가는 다르다. 2011년 전후로 400만 명 이상 관객이 든 한국 청불 영화들이 여러 편 쏟아졌다. 급기야 외화 ‘킹스맨’까지. 어쩌면 ‘추격자’(2008년)가 한국에 스릴러 붐을 일으켰듯, 청불이 오히려 행복한 시대가 올지도. 역대 흥행순위를 바탕으로 관계자들에게 ‘청불 흥행의 법칙’을 들어봤다.

○법칙1=한국은 ‘범죄’, 외화는 ‘액션’이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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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불이라고 다 같은 청불은 아니다. 잔인해서 야해서 혹은 욕설 약물 탓에. 다양한 장르만큼 이유도 제각각이다. 허나 히트작들은 공유하는 코드가 있다. 흥행작 1~10위를 보면 답이 나온다.

청불 한국 영화는 범죄물이 황금알 낳는 거위다. 1위 ‘타짜’를 비롯해 ‘아저씨’(2위) ‘추격자’(4위)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5위) ‘신세계’(6위) ‘타짜-신의 손’(9위)까지 6편이 도박이나 연쇄살인, 조직폭력배를 다뤘다. 큰 범주에선 ‘도가니’(7위)도 범죄가 소재다. 무겁고 어둡다. 밝은 코미디 계열은 8위 ‘색즉시공’뿐이다.

외화는 다르다. 액션영화 위주다. 대부분 범죄자가 등장하지만 적과 맞서는 통쾌한 쌈질에 초점을 둬야 국내에선 먹혔다. ‘킹스맨’은 물론 이전까지 8년 동안 1위를 지켰던 ‘300’(2위)도 마찬가지. ‘원티드’(3위) ‘테이큰 1,2’(4·5위) ‘루시’(6위) ‘300: 제국의 부활’(10위)까지 7편이나 이 범주에 속한다.

청불 하면 먼저 떠오르는 ‘야한 영화’는 되레 열세다. 국내영화는 ‘색즉시공’과 10위 ‘쌍화점’, 외화는 ‘색, 계’(7위) 정도만 순위에 올랐다. 영화홍보사 딜라이트의 장보경 대표는 “요즘엔 노출 심한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걸 불편해하는 경향이 크다”며 “멀티플렉스가 주거지역에 늘어나며 가족단위 관객이 많아진 것도 야한 영화엔 마이너스 요소”라고 말했다.

○법칙2=청불인 듯 청불 아닌 청불 같은 너


‘킹스맨’을 배급한 이십세기폭스코리아에 따르면 초기 극장가엔 무심코 표를 끊으려다 당황한 청소년이 많았다. 청불인 줄 몰랐기 때문. 이영리 부장은 “신나는 스파이 액션을 강조해 청불 이미지를 최대한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킹스맨’ TV광고를 봐도 청불이 떠오르는 문구나 장면을 찾을 수 없다. 다만 규정상 오후 10시 이후에만 광고가 가능하다.

12일 개봉한 한국영화 ‘살인의뢰’도 마찬가지. 연쇄살인마에 당한 피해자 가족의 고통을 실감나게 다뤄 청불 판정을 피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충격적 수위보단 드라마가 지닌 공감을 부각시킨 마케팅을 펼쳤다. 영화를 제작한 미인픽쳐스의 안 대표는 “영화적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할 방식을 찾다보니 청불이 됐을 뿐”이라며 “청불이라고 무조건 수위가 강하게 가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불영화에서 ‘강한 수위’는 양날의 검이다. 너무 잔인하다 입소문나면 흥행의 주도권을 쥔 여성관객이 기피한다. ‘킹스맨’ 홍보를 맡은 호호호비치의 이나리 팀장은 “대부분 장르에서 ‘세다’는 관객 반응은 부정적 효과”라고 말했다. 다만 에로영화는 (노출이) 세다는 평이 플러스가 된다. 아니면 센 내용을 상쇄할 것이 있어야 한다. ‘아저씨’는 꽃미남 원빈, ‘도가니’는 사회적 공감이란 무기를 지녔다.

킹스맨의 성공은 한국이 외화 청불의 불모지란 인식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외화 청불은 흥행 기대치가 낮아 수입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장 대표는 “영화계는 한번 통념이 깨지면 문이 확 열리는 동네”라며 “금방은 아니더라도 훨씬 다양한 청불 외화가 국내로 들어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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