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스위니 토드’ ‘키다리 아저씨’ 공연취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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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경영악화로 무대 못올려”
업계 “작품성-다양성 추구했는데…”

2007년 공연된 뮤지컬해븐의 ‘스위니 토드’는 강렬한 이야기와 음악으로 마니아에게 사랑받았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동아일보DB
2007년 공연된 뮤지컬해븐의 ‘스위니 토드’는 강렬한 이야기와 음악으로 마니아에게 사랑받았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동아일보DB
뮤지컬 제작사인 뮤지컬해븐이 8월 무대에 올릴 예정이었던 뮤지컬 ‘스위니 토드’ ‘키다리 아저씨’의 공연을 취소한다고 최근 공지했다. ‘스위니 토드’는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대극장, ‘키다리 아저씨’는 같은 공연장의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될 예정이었다. 티켓 판매는 시작하지 않았고, 배우는 일부 캐스팅된 상황이었다.

2007년 초연된 라이선스 뮤지컬 ‘스위니 토드’는 마니아층을 형성했고, 올해 공연도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키다리 아저씨’ 역시 초연작으로 관심을 끌었다. 뮤지컬 업계에서는 “중견 제작사가 공연 두 편을 한꺼번에 취소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공연을 취소한 이유는 제작사의 경영 악화 때문이다. 뮤지컬해븐은 그동안 ‘쓰릴 미’ ‘넥스트 투 노멀’ ‘알타보이즈’ ‘메노포즈’ ‘스프링 어웨이크닝’ 등 뚜렷한 색깔을 가진 작품들을 제작해 왔다.

뮤지컬해븐의 박용호 대표는 “뮤지컬은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제작비는 그 이상으로 상승했고, 그 부담의 상당 부분은 제작사의 몫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관객은 늘었지만 관객의 취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덜 상업적인 작품도 볼 줄 알았는데, 내가 너무 방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흥행이 될 만한 작품’ 위주로 골라 다시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업계와 팬들 사이에서는 “작품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며 우리 뮤지컬계 지형을 변화시켜 온 제작사인데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박 대표가 경영자 입장에서 좀 더 냉정하게 시장 판단을 했어야 하는데 작품에 대한 의욕을 앞세우다 회사 경영이 악화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뮤지컬 업계에서는 외화내빈의 거품이 급속도로 꺼지고 있는 상황에서 뮤지컬해븐의 공연 취소는 심각한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위기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수년간 곪았던 상처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관객 유입을 확대하기 위해 뮤지컬 산업의 기본 구조를 바꾸는 방안을 포함해 대대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뮤지컬해븐#스위니 토드#키다리 아저씨#경영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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