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 전문기자의 그림엽서]케이블의 도시, 샌프란시스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샌프란시스코의 케이블카.
샌프란시스코의 케이블카.
여기는 미국 태평양 연안의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저 전차는 이 도시의 상징인 ‘케이블카(Cable Car)’입니다. 공중을 오가는, 우리가 아는 케이블카로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이유는 나중에 설명하지요. 뒤로 골든게이트브리지(금문교)가 가로지르는 샌프란시스코 만이 보이는데 흰 건물은 시카고의 갱스터 알 카포네가 수감됐던 앨커트래즈입니다. 빠른 조류와 낮은 수온으로 탈주자 중 단 한 명도 살아서 상륙하지 못했다는 ‘교도소 섬’입니다. 영화 배경으로도 많이 등장했습니다.

제가 샌프란시스코를 처음 찾은 건 33년 전인 1981년입니다. 근방의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 머물며 영어를 배웠는데 오후만 되면 ‘바트(BART·Bay Area Rapid Transit)’라는 전철로 다운타운을 찾아 구석구석 걸어 다녔습니다. 첫 외국여행인 데다 학생이었던 만큼 샌프란시스코는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다시 찾으리라 다짐하며 귀국했습니다. 그 꿈은 여행전문 기자가 되어 취재차 찾은 1996년 이뤄졌습니다.

두 번째 방문에서 샌프란시스코는 ‘케이블의 도시(City of Cable)’라는 새로운 얼굴로 다가왔습니다. ‘케이블이 없었다면 지금의 샌프란시스코도 없었을 것’이란 의미인데 설명하자면 ‘골드러시’(1848∼1855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1848년 1월이었습니다. 콜로마의 강변에서 사금이 발견됐고 그 소문에 너도나도, 심지어는 호주와 중국에서까지 노다지를 캐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하지만 사금은 곧 동이 났고 골드러시는 땅속의 금맥을 찾는 금광 개발로 바뀝니다. 하지만 당시 미국엔 쇠밧줄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땅속 깊숙한 곳에서 채굴한 광석을 끌어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보통 밧줄은 쉽게 끊어졌으니까요.

그런데 때마침 쇠밧줄을 발명한 앤드루 스미스라는 사람이 스코틀랜드에서 미국으로 이주해옵니다. 그의 기술에 힘입어 샌프란시스코의 골드러시는 이어집니다. 골드러시로 인한 샌프란시스코의 발전은 엄청났습니다. 농민 200명(1846년)에 불과했던 작은 마을은 6년 만에 3만6000명의 대도시로 탈바꿈했고 1869년엔 대륙횡단 철도까지 가설됩니다. 골드러시 10년간 캐낸 금은 당시 화폐로 5억5000만 달러나 됐다고 합니다.

샌프란시스코와 골드러시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습니다. ‘49ers’라는 특이한 이름의 미식축구팀부터 보시지요. ‘포티나이너스(Forty-niners)’라고 읽는데 ‘노다지꾼’을 뜻합니다. 제임스 포크 당시 대통령이 골드러시를 공식 선언(12월)한 직후 본격화된 1849년에서 따온 것입니다. 공식 치어리더 팀의 이름은 아예 ‘골드러시’이고 캘리포니아 주의 별명은 ‘골든스테이트’입니다. 주의 공식 모토는 ‘유레카’라고 하는데 고대 그리스의 자연과학자 아르키메데스가 한 말로 ‘발견했다’는 뜻입니다. 경관도로 49호선은 골드러시 흔적을 따라가는 길입니다.

쇠밧줄을 이용하는 케이블카 역시 골드러시의 산물입니다. 이걸 만든 이는 케이블 발명자 스미스의 아들 앤드루 스미스 핼리디(1836∼1900)입니다. 부전자전이라고나 할까요. 1869년에 말 다섯 마리가 끄는 마차가 고갯길에서 미끄러져 승객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납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케이블로 마차를 끌어올리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이 전차는 자체 동력이 없습니다. 동력은 언덕마루에 설치한 원동기입니다. 그는 레일 사이에 홈을 파고 그 아래 지중 케이블을 설치한 뒤 그걸 원동기에 연결했습니다. 그리고 전차 바닥에 케이블을 붙들 수 있는 장치(그립)를 달았습니다. 그래서 케이블카입니다. 지중 케이블을 이용한 ‘노면전차’라고나 할까요. 우리가 아는 케이블카는 영어로는 ‘로프웨이’라고 부릅니다.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인 금문교도 케이블과 인연이 깊습니다. 이 다리도 케이블로 지탱하는 현수교입니다. 1930년 샌프란시스코 시는 직선 거리로 3km쯤 되는 샌프란시스코 만 위에 다리를 놓기로 하고 설계를 공모합니다. 그때 조지프 스트라우스라는 미국인 건축가가 케이블을 이용해 상판을 유지하는 설계도를 제출해 당선됩니다. 케이블의 도시인 만큼 케이블에 착안한 디자인이었습니다. 시티 오브 케이블, 샌프란시스코. 가시거든 골드러시와 케이블의 만남을 꼭 찾아보길 바랍니다.

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샌프란시스코#골드러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