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식회사 일본’의 대표 브랜드였던 소니의 추락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9일 03시 00분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일본 전자회사 소니의 장기 신용등급을 종전의 ‘Baa3’에서 ‘Ba1’으로 한 단계 낮췄다. 무디스가 매기는 21단계 신용등급 중 11번째 등급인 Ba1은 정크본드(투자 부적격) 수준이다. 무디스는 “소니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고 기술 변화가 빠른 TV 및 PC 사업 분야에서 어려움에 부딪혀 수익성이 나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회사의 자금 조달 비용은 늘어나고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소니는 도요타자동차와 함께 세계를 놀라게 한 ‘주식회사 일본’의 자존심을 대표하던 글로벌 기업이다. 1980년대 ‘워크맨 신화’를 만들어낸 일류 기업이었고, 모리타 아키오 같은 세계적인 경영자를 배출했다. ‘일본이 곧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요란하던 1990년, 미국 설문업체 랜도는 소니를 미국 코카콜라에 이어 세계 제2위의 브랜드 파워 기업으로 선정할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10여 년간 소니는 빠르게 추락했다. 세계 시장의 판도가 바뀌는데도 ‘우리가 제일’이라는 착각과 자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사(自社) 표준’을 고집했다. 소니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이 세계 흐름을 외면한 채 국내 시장에 매달리다 국제 경쟁에서 밀린 현상을 두고 ‘갈라파고스 증후군’이라는 신조어(新造語)가 나왔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에 독특한 생태계가 형성됐음을 빗댄 말이다. 경영진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회사를 멍들게 하는 잘못된 결정을 해도 제동을 걸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조직 내 관료주의도 팽배했다.

소니는 2013 회계연도 상반기(4∼9월)에 3기(1년 반)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영국 브랜드 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의 ‘글로벌 100대 브랜드’ 조사에서 한때 세계 정상급이었던 소니의 브랜드 파워는 지난해 46위로 급락해 소니가 과거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삼성전자(8위)보다 훨씬 낮아졌다. 미국 경제학자 토드 벅홀츠는 소니의 브랜드 가치가 2005년 삼성전자에 처음으로 역전된 일을 세계 기업사에 남을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꼽았다. 산업계 정치권 등 여러 영역에서 소니와 너무나 비슷한 문화, 풍토, 리더십 때문에 국제적 위상이 떨어지고 있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기업의 세계에서 ‘영원한 승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잘나가는 기업이라도 한순간 방심하거나 잘못된 선택을 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소니의 추락을 보면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현대중공업 LG전자 KT 등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기업들은 글로벌 마인드 강화와 끊임없는 혁신, 관료주의 타파를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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