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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될 얼굴은 몰라도, 바람피울 얼굴은 훤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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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될 얼굴은 몰라도, 바람피울 얼굴은 훤히 보인다

동아일보입력 2013-10-17 03:00수정 2013-10-1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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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영의 영화와 심리학] 관상
사람의 얼굴을 통해 그 사람의 성품과 운명을 알아보는 관상. 내경(송강호)은 조선 최고의 관상가다. 얼굴만 보고도 부정축재를 일삼는 관리를 가려낼 수 있고, 누가 살인을 저지른 범인인지도 바로 찾아낸다. 그는 관상을 통해 사람들의 숨겨진 과거와 현재 모습을 보고 미래의 운명도 정확하게 예측한다. 심지어 죽은 후에 무덤에서 꺼내어져 목이 잘릴 운명, 즉 먼 미래에 부관참시될 것까지도 내다본다.

내경은 자신이 관상으로 사람의 운명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것은 얼굴 안에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머리는 하늘이니 높고 둥글어야 하고, 해와 달은 눈이니 맑고 빛나야 하며, 이마와 코는 산악이니 보기 좋게 솟아야 하고, 나무와 풀은 머리카락과 수염이니 맑고 수려해야 한다. 이렇듯 사람의 얼굴에는 자연의 이치 그대로 세상 삼라만상이 모두 담겨 있으니 그 자체로 우주다.” 내경에게 얼굴은 한 사람의 운명에 대한 모든 정보가 담긴 우주인 셈이다.

얼굴은 정보를 제공하는 통로

한재림 감독의 영화 ‘관상’에서 얼굴은 한 사람의 운명에 대한 설계도와 같다. 설계도만 볼 줄 안다면, 그 사람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 운명의 설계도를 아무나 읽을 수 있는 것은 것이다. 왜냐하면 모두 암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관상가, 그중에서도 오직 내경만이 암호를 정확히 해독할 수 있다. 내경은 수양대군(이정재)을 보자마자 그가 역모를 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다. 수양의 얼굴이 ‘이리상’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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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정보가 담겨 있다는 관상의 기본 가정은 사실 틀린 것이 아니다. 얼굴은 그 사람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몸의 건강 상태는 얼굴에 쉽게 드러난다. 몸의 상태에 따라 얼굴이 창백해지기도 하고, 퉁퉁 붓기도 한다. 얼굴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사람의 내부 상태와 변화에 대한 정보를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통로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얼굴을 통해 그 사람이 역모를 일으켜 왕이 될 운명의 소유자인지 아닌지를 예측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지만 건강한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높은 얼굴인지, 또는 결혼생활 중에 바람을 피울 가능성이 높은 얼굴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가능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생식력과 바람기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이 얼굴의 형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남성이 보는 여성의 관상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남성들은 건강한 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생식력의 절정기에 있는 여성의 외모를 아름다운 것으로 지각하도록 진화했다고 한다. 생식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다. 에스트로겐은 건강한 난소를 가지고 있을 때 충분히, 그리고 원활히 생산된다. 문제는 혈액검사를 하지 않고 에스트로겐 분비 정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관상을 보면 된다. 에스트로겐이 여성의 얼굴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에스트로겐은 뼈의 성장을 억제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에스트로겐 농도가 높은 수준으로 분비되면 눈썹 뼈의 발달이 억제 되어서 눈이 상대적으로 커 보인다. 그리고 눈썹이 가늘어지며 턱뼈의 성장이 억제 되어서 턱의 크기가 작아진다. 입술에는 지방이 축적돼 도톰해진다. 소위 말하는 ‘앵두 같은 입술’이 되는 것이다. 피부도 매끈해진다. 이는 여성스럽고 아름답다고 평가되는 얼굴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들이다. 또한 남성들이 매력을 느끼는 여성 얼굴의 특징이기도 하다. 진화의 과정에서 남성들은 건강한 아기를 생산하는 데 유리한 신체 내부의 조건을 가진 여성이 누구인지를 상대 여성의 얼굴을 통해 파악했던 것이다. 마치 관상을 보듯이.

여성이 보는 남성의 관상

남성만 여성의 관상을 보는 것은 아니다. 여성도 남성의 얼굴에서 자신에게 중요한 정보를 찾아낸다. 하지만 그 해석에는 차이가 있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에스트로겐과는 반대로 뼈의 성장을 촉진시킨다. 테스토스테론의 농도가 높게 유지되면 턱뼈가 발달해서 턱 끝이 두드러지고 각이 진 턱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흔히 남성적인 턱이라고 말하는 턱이다. 풍부한 테스토스테론은 눈썹 뼈를 성장시켜서 두드러지게 만든다. 그 결과 눈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게 된다. 눈썹 숱은 많아지고, 입술은 얇아진다.

얼굴 형태만 놓고 봤을 때, 터미네이터로 유명한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얼굴이 이러한 남성적인 얼굴의 전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남성들이 에스트로겐의 농도가 높은 여성의 얼굴을 선호하는 반면, 여성들은 특히 배우자를 찾을 때 테스토스테론의 농도가 높은 남성의 얼굴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테스토스테론은 지배력, 자신감, 공격성 등을 증가시키는 호르몬이다. 실제로 여성들은 테스토스테론이 풍부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남성적 얼굴의 소유자들이 지배적이고, 인정머리 없고, 협동심이 부족하고, 정직하지 못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지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자신이 낳은 아이의 아버지의 역할을 맡기기에는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또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의 농도가 높을수록 성적인 욕구가 강해진다. 여성 앞에서 자신을 과시하고 상대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 위한 행동도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

앨런 부스와 제임스 대브스 주니어가 남성 45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테스토스테론이 풍부하게 분비되는 남성들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데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스토스테론의 농도가 높은 남성일수록 결혼에 성공한 비율이 낮았고, 반대로 이혼한 비율은 높았다. 결혼한 경우에도 테스토스테론의 농도가 높은 남성들은 외도 비율이 높았고, 부부싸움을 자주 했으며, 아내를 구타하는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결혼생활에서 아내와의 상호작용의 질이 떨어졌다.

남편 후보자의 관상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여성은 임신과 출산, 긴 육아 기간 동안 자신과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아기에게 자원을 제공하고 헌신할 수 있는 남성을 선호하도록 진화해왔다.

따라서 여성은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높음을 나타내는 남성적 얼굴에서 좋은 아버지의 자질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쉽게 끌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진화의 과정에서 여성들은 자상하고 성실한 아버지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남성이 누구인지를 상대 남성의 얼굴을 통해 파악해왔던 것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우리는 누가 바람을 피울 가능성이 높은지도 얼굴을 통해 판단할 수 있다. 덕분에 우리는 본능적으로 바람 피울 얼굴에 경계심을 드러내곤 한다.

우리 모두는 내경 같은 천하의 관상가는 아니지만, 상대의 얼굴에서 우리의 생존과 관련된 정보를 본능적으로 캐내는 타고난 관상가이기도 한 것이다. 왕이 될 얼굴은 몰라도 바람피울 얼굴은 보인다.

전우영 충남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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