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종 기자의 범퍼카]기획사 실장님이 털어놓은 ‘연예인 性상납의 실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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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밤 11시. 기자 K는 노트북을 두드리다 상념에 잠겼다. 담배를 피우진 않지만 ‘한 대 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래. 그땐 난리였지. 다시 반복되는 건가….”

2009년 K는 고 장자연 사건 취재를 맡아 경기 성남시 정자동 분당경찰서에 한 달간 상주했다. 서울 강남 일대 연예기획사도 매일 찾아갔다. 당시 K는 연예계의 실상에 큰 충격을 받았다. 고인이 너무 불쌍했다.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연예인 성 상납 관행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했다.

그런데 또 시작이다. “성을 팔아 배역을 얻는 배우가 있어요. 누가 노리개이고, 피해자인지는 구분 짓지 말았으면 좋겠어요.”(배우 장경아의 트위터 글) “성 상납 제의를 거절하자 프로그램에서 하차 당했어요.”(방송인 사유리, 18일 케이블방송에서)

최근 연예인들이 경쟁하듯 ‘성 상납 제의를 받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왕년의 애마부인 배우 김부선마저 “성 상납이나 스폰서 제의를 받아 봤다”고 거들었다.

피해자를 향한 일부 누리꾼의 비뚤어진 시선은 K를 더욱 우울하게 했다. 이들은 “성 상납 폭로 연예인은 대부분 B급이다”, “누가 이들의 성 상납을 받고 싶겠나. 관심을 받으려는 수작이다”고 떠들어 댔다.

K는 다시 취재를 시작했다. 기획사 관계자 J부터 찾았다.

“이거 꼭 익명이죠? 꼭이에요. 솔직히 연예인에게 성 상납 관련 오퍼(제의)가 많이 들어옵니다.”

J에 따르면 다양한 루트로 기획사에 문의가 온다. 보통 연예인 지인을 통해 “OO분이 후원할 연예인을 찾는데 누구 있느냐”는 식이다. J도 오퍼를 받아 봤다. “성 상납은 신인급이 많긴 합니다. 근데 김△△ 같은 특A급도 오퍼가 가요. 김△△가 했다는 건 아니고요. 그 정도의 특A급 여자 연예인에게 제안이 간다는 거죠.”

A급 연예인은 2, 3번 만남의 조건으로 수천만 원을 제안받는다. 6개월간 지속적인 만남은 2억 원 이상. 처음부터 ‘성 상납’ 이야기가 오가는 것은 아니다. 가벼운 식사부터 만남을 이어 가며 점차 ‘그것’으로 발전한다고 한다.

이런 놀라운 시도를 하는 ‘그분’들은 대체 누구일까. 취재할수록 더 놀라운 이야기가 나왔다. 최근에는 중국의 거부들이 한국 여자 연예인에게 접근한다는 것이다. 이것도 한류인가. 다른 기획사 관계자 B의 증언이다.

“장자연 사건 이후 한국인 스폰서는 줄었어요. 요즘은 중국 부자들에게서 오퍼가 많이 들어와요. 한국에 출장 와서 일주일 정도 만난 후 몇 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준답니다. 관련 브로커가 존재합니다.”

A급 연예인은 대부분 단박에 거절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일본 내 소수의 혐한류(嫌韓流) 세력은 “거 봐라. 한국 연예인들이 스스로 ‘성 상납 제안 받았다’고 하지 않느냐”고 이죽거린다. 2011년 ‘소녀시대’와 ‘카라’처럼 보이는 캐릭터들이 성 상납을 하는 엉터리 만화를 퍼뜨렸을 때처럼 말이다.

K는 ‘이런 중국인과 일본인은 소수’라고 생각하면서도 연예인 성 상납 논란의 바닥에 깔린 중국의 부상과 일본의 우경화 같은 동북아 정세가 마음 쓰리게 느껴졌다. 울화가 터져나왔다.

“한국 연예인에게 성 상납을 제안하는 부도덕한 중국인과 혐한류 일본인들이여. 장쯔이와 AKB48부터 관리해라! 그리고 한국 오면 차 조심해라. 자칫 들이받힐 수 있다∼.”

※지난달 일본 유명 아이돌 그룹 AKB48의 연습생 출신 연예인이 성 상납을 암시하는 고백을 했고, 지난해 배우 장쯔이가 당 서기에게 성 상납을 했다는 루머가 제기된 바 있음.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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