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이 실패한 ‘느슨한 교육’ 하겠다는 朴-文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4일 03시 00분


4년마다 실시되는 ‘수학 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비교연구(TIMSS)’의 2011년 평가에서 일본 초등학생들의 평균 점수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일본은 세계 50개국 중에서 초등학교 4학년 수학이 5위, 과학이 4위(한국은 각각 2위, 1위)로 순위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평균 점수가 각각 17점, 11점 상승했다. 2009년부터 ‘유토리(여유) 교육’을 폐지한 데 따른 좋은 결과라고 일본 교육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유토리 교육은 인성교육을 강화한다는 취지 아래 1970년대부터 수업시간과 학습량을 줄인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며 교사들이 학생 지도를 주저하고, 기초지식을 가르치는 교육이 부실해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학생들이 “공립학교 가면 바보 된다”며 사립학교로 몰리고, 각종 평가에서 학력 저하가 실제로 확인되자 일본은 유토리 교육과 결별하고 학생들의 학습량을 다시 늘렸다.

우리 대선후보들은 사교육비 경감을 지나치게 앞세운 나머지 일본이 버린 유토리 교육을 닮은 교육 공약들을 내놓았다. 전교조가 ‘일제고사’라며 공격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폐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초등학생만 폐지’를 공약했다. 학교선택권 확대와 고교 다양화를 위해 도입된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에 대해서도 문 후보는 일반고 전환, 박 후보는 특목고의 관리감독 강화와 일반고 집중 육성을 내걸었다.

특히 좌파 교육감들이 적극 추진해온 혁신학교를 공교육의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문 후보의 공약은 현실을 제대로 알고 내놓은 것인지 의문이다. 지난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 따르면 혁신학교 181곳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일반학교보다 높았다. 혁신학교는 토론을 통한 창의성과 인성교육을 강조하지만, 토론도 기초학력이 탄탄해야 가능한 법이다. 공교육에서 기초교육을 소홀히 할 경우 여유 있는 계층은 사교육이나 유학으로 탈출하고, 저소득층은 실력을 쌓지 못해 ‘계층 대물림’의 소지가 더 커진다.

교육은 우리의 미래를 만드는 백년대계(百年大計)다. 대선후보들이 평등과 분배에 집착해 교육도 같은 방향으로 몰아가서는 국가경쟁력이 추락할 우려가 크다. ‘느슨한 교육’ 탓에 활력을 잃은 일본을 따라간다면 우리 아이들의 잠재력도, 위기극복의 도전정신도 키워줄 수 없다.
#일본#느슨한 교육#박근혜#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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