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탐하지 말라, 더이상 취할 것은 없으리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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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영토분쟁/마고사키 우케루 지음·양기호 옮김/244쪽·1만2500원·메디치

올여름 동북아는 일본의 영토분쟁 ‘시리즈’로 뜨거웠다. 7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의 쿠릴열도 방문,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9월 일본 정부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국유화 조치 이후 벌어진 중국의 대규모 반일 시위….

일본 베테랑 외교관 출신인 저자가 일본의 영토분쟁에 대한 해법을 책에 담았다.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지만 센카쿠열도, 독도, 쿠릴열도 분쟁에 관한 일본인의 감각, 계산, 전략을 소상히 알 수 있어 한국인도 흥미롭게 읽을 만하다.

저자는 “일본인은 영토문제에 대해 일본의 입장만 알 뿐 상대방이나 관련 국가의 견해를 너무 모른다”고 일침을 놓는다.

“1870년대 이전에 센카쿠열도는 명백하게 일본의 영토가 아니었다고 설명하면 일본인들은 대부분 깜짝 놀란다. 또한 일본인은 독도, 센카쿠열도, 쿠릴열도를 놓고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미일안보조약으로 미군이 나서 싸워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절대 그럴 일 없다.”

1945년 7월 26일 일본이 수락한 포츠담선언에 따르면 ‘일본국 주권은 혼슈, 홋카이도, 규슈, 시코쿠와 우리(연합국)가 결정한 기타 도서로 국한한다’로 돼 있다. 그는 2008년 7월 미국의 지명위원회가 독도를 한국령으로 표기한 데 대해 일본이 그냥 넘어간 것은 ‘큰 실수’였다고 썼다.

“당시 방한을 앞두고 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직접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검토를 지시해 국적 표기가 없던 독도를 한국령으로 표기했다. 미국의 판단은 독도 귀속에 큰 영향을 미친다. 포츠담선언에서 일본의 영토는 4개 본섬 이외의 ‘우리(연합국)가 결정한 기타 도서지역’이라고 돼 있다. 여기서 ‘우리’의 중심은 미국이다. 미국이 독도를 일본령이 아니고 한국령이라 한다면, 그것은 일본령이 될 수 없다.”

최근 동북아의 영토분쟁이 격화된 현상은 ‘잃어버린 20년’의 상실감에 젖어 있는 일본과 경제력 및 군사력에서 떠오르는 중국의 충돌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이 책의 한계는 분명하다. 저자가 일본의 국익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외교관이기 때문이다. 그는 독도에 대해 한국이 주장할 근거가 많다고는 하지만, 선뜻 돌려주자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또한 센카쿠, 독도, 쿠릴열도 문제를 모두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 가고 싶다는 일본의 전략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독일의 나치 극복과 영토문제 해결에서 배우자’는 내용이다. 일본처럼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이었던 독일은 막대한 영토를 잃었다. 동부의 11.2km²에 이르는 땅을 폴란드에 넘겨주어야 했고 알자스로렌 지방은 프랑스에, 항만도시 칼리닌그라드는 소련에 할양했다. 그러나 독일은 빼앗긴 땅을 되찾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빼앗긴 것을 유럽 공동 소유로 만드는 제도를 구축해나갔다. 알자스로렌의 중심지인 스트라스부르에는 유럽의회의 본부가 설치됐다. 오랫동안 독-프랑스 간 전쟁의 씨앗이었던 루르지방의 지하자원은 유럽석탄철강공동체가 관리하게 됐으며,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유럽연합(EU)으로 발전했다.

저자는 “독일은 ‘영토수호’라는 전통적 목표 대신 ‘영향력 확대’라는 길을 택했다”며 “이는 독일이 유럽연합을 이끄는 최강대국이 된 비결”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일본의 영토분쟁이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일본의 과거사 인식에 대한 전환이 없다면 지구상 최대 경제블록으로 꼽히는 ‘동북아 공동체’의 탄생은 요원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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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일본#영토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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