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05>오두(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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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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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 다섯 오 두: 좀벌레 두

나라를 갉아먹어 황폐하게 만드는 다섯 부류의 사람들을 말하는 것으로 한비자 ‘오두’ 편에 나온다. 즉 인의도덕의 정치를 주장하는 유가(儒家), 세객(說客)과 종횡가(縱橫家), 사사로운 무력으로 나라 질서를 해치는 유협(游俠), 공권력에 의지해 병역이나 조세의 부담에서 벗어나는 권문귀족(權門貴族), 농민들의 이익을 빼앗는 상공인(商工人)이다. 한비는 이러한 다섯 좀벌레를 법의 힘으로 없애야 나라를 강하고 부유하게 다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비의 논지는 군주는 그 시대와 상황에 알맞은 방식을 사용해 정치를 해야만 송나라의 농부가 쟁기를 버리고 그루터기를 지키면서 토끼를 얻으려는 것(守株待토·수주대토)과 같은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 아래 한비는 자신이 처한 시대적 상황에서는 유가들이 군주와 신하의 관계를 어버이와 자식의 관계처럼 함으로써 나라가 잘 다스려질 것이라고 한 주장이 타당성이 없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유가들은 선왕의 도를 따를 것을 주장하고, 인의를 내세우지만 쓸데없이 용모나 복장 등이나 따지며, 행동보다는 말에 열중하고, 시대의 변화에 따른 법제에 시비를 걸며 사사건건 현실에도 맞지 않는 고사를 빌려 그들의 사욕을 채우려 하지 국가의 궁극적인 이익을 돌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비는 성인 공자(孔子)가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따른 자가 70여 명밖에 안 됐지만 어리석은 군주였던 노나라 애공(哀公)에게는 백성들이 몰려들었던 것은 명분과 허세에 기대는 유가의 삶의 방식에 대한 심각한 경고인 것이다. 이런 점은 유협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들은 무리 지어 다니면서 군주의 금제(禁制)를 침범하거나 위협한다. 권문귀족 역시 뇌물이나 세력을 동원해 군주의 정당한 사업(전쟁이나 토목사업) 등을 방해하기도 한다. 상공인이나 권문귀족들도 매한가지라는 것이다.

현명한 군주라면 이런 자들이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만 나라도 유지되고 군주도 안정된 정치를 하게 된다는 게 한비의 논지다. 물론 한비 자신이 유세가였다는 점을 스스로 아는 것일까.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한자#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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