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열 열사 유품 25년만에 주인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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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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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동아리 ‘만화사랑’ 편지-동아일보 기사 스크랩 등 30여점 기념사업회에 기증

광주 진흥고 재학 당시 이한열 열사가 받았던 장학금 지급 확인서(왼쪽 노란 봉투)와 동아일보 신문기사 스크랩, 이 열사가 학창 시절 친구들과 주고받은 엽서와 편지봉투들.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광주 진흥고 재학 당시 이한열 열사가 받았던 장학금 지급 확인서(왼쪽 노란 봉투)와 동아일보 신문기사 스크랩, 이 열사가 학창 시절 친구들과 주고받은 엽서와 편지봉투들.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캠퍼스가 온통 흰눈으로 뒤덮였겠구나. 한열아. 눈이 녹으면 어떻게 되느냐는 물음에 물이 된다고 답하기보다는 봄이 온다고 답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충남 서산에서 周(주).”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던 고 이한열 열사의 지인이 1987년 1월 15일 이 열사에게 남긴 편지의 한 단락이다. 모교 동아리방에 잠들어 있던 이 열사의 유품이 25년 만에 주인의 품에 안겼다. 사단법인 이한열 기념사업회는 이 열사가 생전에 활동한 연세대 동아리 ‘만화사랑’으로부터 이 열사가 학창 시절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 26점과 성적표, 동아일보 신문기사 스크랩 등 유품 30여 점을 기증받았다고 31일 밝혔다.

유품 중에는 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가 서울에서 대입 재수 생활을 하던 이 열사에게 남긴 편지도 있다. 배 씨는 “가서 너를 보고 싶지만 서울은 너무 멀어. (타지에서) 고생하는 만큼 열심히 하는 게 엄마 소원”이라며 이 열사를 격려했다. 광주 진흥고 재학 당시 전교 석차 4등으로 나온 이 열사의 성적표도 있다. 이 열사는 1985년 재수 생활을 하면서 김성식 당시 경희대 명예교수가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동아시론’ 칼럼을 스크랩하기도 했다.

만화사랑 회장 김정태 씨(20)는 “동아리방 캐비닛에 보관하던 선배의 유품을 최근 발견해 사업회에 기증하기로 회원들과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7월 24일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이한열기념관을 방문해 배 씨와 사업회 관계자들에게 유품을 전달했다.

기념사업회는 유품 일부를 기념관에 전시하고 내년 출간을 앞두고 있는 이 열사의 유고집 제작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유고집에는 이 열사가 남긴 편지와 자작시, 글과 그림 등이 담긴다.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이한열 열사#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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