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잘 가르치는 교수’ 누군지 학생들은 알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7일 03시 00분


지난해 고려대 학생들의 강의만족도 평가에서 5점 만점에 4.97점으로 최고점을 받은 성만영 공대 학장의 수업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반도체 공학’을 가르치는 성 학장에게 휴강은 없다. 수강생의 절반 가까운 학생들에게 F학점을 줄 정도로 점수가 짜다. 인기 없는 교수, 비호감(非好感)으로 찍힐 것 같은 성 교수에게 학생들은 최고점을 부여했다.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해 우리 사회에 ‘정의 열풍’을 일으킨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소크라테스식 대화’라는 독특한 강의법을 창안했다. 그의 ‘정의론’ 강의는 하버드대 역사에서 가장 많은 학생이 수강한 과목 가운데 하나다. 뉴욕대 부설 최고의 교수법 연구소 켄 베인 소장은 미국에서 최고의 교수로 평가받는 60∼70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교수법을 연구했다. 샌델 교수도 그 안에 포함됐다. 연구 결과 최고의 교수에게 강의 스타일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최고의 교수들은 학생들이 학습목표를 뛰어넘는 세계관을 형성하고 인격을 함양할 수 있도록 힘을 쏟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공통점은 학습을 유도하기 위해 학점을 이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학의 중요한 기능은 연구와 교육이다. 대학경쟁력 평가에서 상위에 오르기 위해 많은 대학이 ‘연구중심 대학’을 표방하면서 연구 쪽을 중시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강의와 수업 등 교육적 측면을 소홀하게 다루는 경향이 있다. 기업들은 대졸 신입사원을 뽑아도 당장 쓸모가 없다며 대학교육의 품질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 강의와 수업의 질을 높인다는 취지로 2010년부터 매년 ‘잘 가르치는 대학’을 선정해 지원금을 주고 있다. 연간 약 1000만 원의 등록금을 지불하는 대학생들은 교수에게 수업료가 아깝지 않을 훌륭한 강의를 기대한다.

대다수 대학이 강의만족도 평가를 시행하고 일부 대학은 평가 결과를 공개하거나 교수의 업적 평가에 반영한다. 그렇다 보니 교수들 사이에서는 과제를 적게 내주거나 A학점을 남발하고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발언으로 인기를 얻으려는 풍조도 없지 않다. 그러나 당장은 수업이 부담스럽고 학점 따기 힘들어도 어떤 교수가 진정으로 좋은 수업을 하는지 학생들은 잘 알고 있다. 이런 사실을 성 교수의 경우가 분명히 보여줬다.
#사설#대학#강의 만족도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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