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이상 행동은 스트레스 신호… 당신은 자녀 속마음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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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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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에 챙겨야 할 어린이 마음건강

“엄마, 방에서 귀신이 나올 것 같아요.”

평소 자기 방에서 혼자 잘 놀던 아이가 갑자기 뜬금없는 말을 하며 쪼르르 달려와 매달린다. 이제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가 보다. 아이의 두 눈을 바라보며 “귀신은 없다”고 말해준다. “무서우면 엄마랑 같이 있자”는 말도 덧붙인다.

흔히 생각하는 모범적인 어머니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녀가 놓친 것이 하나 있다. 평소 하지 않던 걱정을 아이가 하고 있다는 것. 갑작스러운 심리적 불안감의 표현은 유아들이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이다.

○ 자녀들의 스트레스를 예방하려면

김경희 전 이화여대 교수(아동가족학)는 그의 저서 ‘아이 마음 코칭’(웅진리빙하우스·2011)에서 “지크문트 프로이트 등 정신분석학자들은 이미 1세기 전부터 ‘모든 정신장애는 부모에 대한 복수다’라고 했다. 아이의 문제행동 역시 마찬가지다”라고 썼다. 부모에 대한 서운함과 미움이 문제행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 거꾸로 말하면 부모가 아이에게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을 보여야 아이들의 정서가 안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스트레스도 마찬가지다. 부모들이 자녀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예방이 가능하다. 크리스마스나 어린이날, 그리고 자신의 생일에 왜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지 부모는 이해할 필요가 있다.

모든 아이들이 똑같은 생각을 하고, 한 가지 자극에 똑같은 반응을 보이진 않는다. 그건 연령대별로도 그렇다. 스위스 아동심리학자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은 유아 및 아동기를 전조작기(4∼7세), 구체적 조작기(7∼11세 또는 12세), 형식적 조작기(11세 또는 12세 이후) 등으로 나눈다. 각 시기의 아이들은 같은 사건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모두 다르다. 부모가 이에 적합한 반응을 보여야 아이들이 큰 스트레스 없이 부모의 태도를 수용할 수 있다.

직관적 사고기에 있는 5세 아이의 경우 ‘자기중심성’이 강해 자신의 입장에서만 모든 사물을 판단하는데 엄마의 입장을 이해할 것을 강요한다면 이는 곧 아이들에게 스트레스가 된다. 지금 가정형편이 어려워 선물을 사주지 못한다고 백번 얘기해 봐야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나이가 좀 더 든 아이의 경우 ‘우리 집이 그렇게 가난하구나, 이게 다 나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아이가 기대한 선물을 사주지 못할 경우에는 “이걸 사려면 엄마도 돈을 모아야 해. 내년 생일(또는 크리스마스)까지만 기다려 줄 수 있겠니?”라는 식의 표현이 적절하다.

또한 자녀들의 감정 표현에 최대한 관심을 가지는 게 바람직하다.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표현이 적절히 수용되는 경험을 하면 향후에도 스스럼없이 자기표현을 하지만, 몇 번 외면당하면 자기표현 자체로도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표현할까

스트레스는 현실의 여러 문제를 감지하고 그에 적응하기 위해 나타나는 일련의 반응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사람이 매일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경험하며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언어적 표현이나 스트레스 해소 능력이 부족한 어린아이들은 어른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그것들을 드러낸다.

가장 심한 형태는 퇴행이다. 이미 기저귀를 뗀 아이가 옷에 실례를 하거나 어리광이 갑자기 부쩍 느는 등 정상적인 발달 단계에서 이미 ‘성취’한 행동보다 더 어리고 미숙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아이가 갑자기 이런 행동을 한다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단서로 해석될 수 있다.

또 다른 단서는 다양한 통증이다. 인간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에 맞서기 위해 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심장이 두근두근하며 빨리 뛰고 숨소리가 거칠어지면서 식은땀이 난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러한 자연스러운 신체 현상을 통증으로 지각하고 “아프다”고 말한다. “배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는 아이들의 호소에 병원을 찾았지만 별 다른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스트레스나 불안함이 그 원인일 수도 있다.

그리고 작은 일에 불안해하거나 쉽게 공포감을 느끼는 것도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다. 최근 들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아이일수록 평소에는 하지 않았던, 다른 아이들이 잘 하지 않는 걱정을 많이 하게 된다. 잠을 자다 소변을 보기 위해 자주 깨거나 악몽을 자주 꾸는 것도 스트레스의 표현일 수 있다.

결국 스트레스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태에 다다르게 되면, 아이들은 참고 있던 분노를 터뜨리거나 전체 상황을 회피하는 식으로 대처하게 된다.

○ ‘SOS 신호’에 대처하는 부모의 자세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SOS 신호’를 무시하면, 더 큰 소아정신과적인 장애로 발전할 수도 있다. 따라서 부모들은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초기 신호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이 평소 생활보다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는지, 다른 또래 친구보다 자기 아이가 왜 스트레스를 더 받고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관찰을 바탕으로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환경적 요인을 실질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단순히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격려하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또 자신의 주장을 솔직하게 말하는 태도를 평소에 길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들에게 반복적으로 솔직하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거나 다른 사람의 부탁을 정중하게 거절하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때 부모들은 짜증을 부리거나 대화를 회피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천천히 이야기하는 것을 계속 칭찬해주며 대화를 해 나가야 한다.

규칙적인 생활도 아이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유아들은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 운동을 비롯해 적당한 휴식시간 등을 하루 일과에 고르게 배치해 생활해야 한다. 이는 아이들에게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만약 일상에서 정해 놓은 하루 일과가 틀어졌을 경우에는 한 주 단위로 반드시 실천해야 할 목표를 두 가지 정도 설정한 다음 부모와 자녀가 함께 실천해 나가는 것이 좋다. 또 해야 할 일에 순서를 매기고 중요한 일부터 먼저 하는 태도를 길러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도움말=황준원 강남을지병원 성장학습발달센터 교수)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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