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시장’ 내년 전면 개방… 로열티 10년간 8000억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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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5일 0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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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예기간 종료 앞두고 국내농가 비상

‘제주산 감귤, 완도산 김, 익산산 블루베리….’

이 작물은 모두 한국 땅에서 한국 농부들이 재배한 농산물이다. 하지만 내년부터 국내 농가들은 이런 작물을 생산해 판매할 때마다 외국에 로열티를 내야 한다. 내년부터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 협약이 전 작물로 확대돼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UPOV는 식물 신품종을 개발 개량한 종자 육성자의 권리를 보호해 주기 위한 글로벌 협약이다.

우리나라가 UPOV에 가입한 건 2002년으로, 내년이면 10년간의 적용 유예기간이 완전히 끝난다. 이에 따라 그간 로열티 부담에서 제외됐던 딸기, 감귤, 나무딸기, 블루베리, 양앵두, 해조류(김, 미역, 다시마 등) 등 6개 품목도 로열티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국내 농가 로열티 부담 늘어날 듯

문제는 우리나라의 외국산 종자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을 기점으로 로열티 적용 대상이 되는 감귤, 해조류 등 6개 품목의 경우 일본산 종자에 대한 의존도가 최대 99%에 달한다.

국립종자원 관계자는 “6개 품목은 다른 작물에 비해 외국 종자 점유율이 높고 국내산 품종 개발에 시간이 많이 필요해 긴 유예기간을 뒀던 작물들”이라며 “감귤의 경우 99%가 일본 종자고 김이나 미역도 일본산 종자 비율이 절반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그간 국내산 종자 사용 비중을 높이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딸기의 경우 2005년만 해도 국내산 종자 사용비율이 채 10%도 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61%대로까지 높아져 성공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몇몇 작물을 제외한 나머지 작물은 여전히 국산화율이 초라한 수준이다.

국립종자원 측은 “채소나 화훼류는 그나마 육종 기간이 짧아 교배 개량 등이 용이하지만, 묘목류나 과수류는 한 번 심어 열매를 얻기까지 최소 3년 이상이 필요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포도(98%), 표고버섯(60%), 장미(82%), 카네이션(99.8%) 등 인기 작물의 종자를 상당 부분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종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감귤에 대한 로열티 적용을 앞두고 최근 일본 종자업계 관계자들이 제주 지역을 돌며 나름의 조사를 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UPOV 전면 도입에 따른 향후 10년간 국내 농가의 종자 로열티 부담은 797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세계 시장 70% 글로벌 기업이 점유

농식품부는 앞으로 10년 동안 총 8149억 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종자 역량을 강화하고 2억 달러 수출을 달성한다는 내용의 ‘골든시드(Golden Seed)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추진 여건은 녹록지 않다.

10년간 투입되는 8149억 원이라는 예산은 세계 종자업계 1위 다국적 기업인 미국 몬산토사(社)의 1년 치 연구비보다도 적은 돈이다. 국내 종자업계에서 1∼3위를 차지했던 토종 종자기업들은 외환위기 당시 다국적 기업들에 인수됐다. 흥농종묘와 중앙종묘가 세미니스(현 몬산토)에 넘어갔고 서울종묘는 노바티스(현 신젠타)로 합쳐졌다. 이를 통해 순수 한국산 토종 종자와 육종기술도 모두 다국적 기업 소유로 넘어갔다.

농촌진흥청은 “현재 세계 종자 시장의 70%는 10대 글로벌 기업이 점유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종자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시장성 있는 종자 육성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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