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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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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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 민주화 헌신 ‘노동운동의 대모’

3일 별세한 이소선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4일 시민들의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3일 별세한 이소선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4일 시민들의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고(故) 전태일 열사의 모친 이소선 여사(사진)가 3일 오전 서울 도봉구 쌍문동 한일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82세. 고인은 7월 18일 심장 이상으로 의식을 잃었으며 서울대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뒤 한일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왔다.

1929년 대구 달성군에서 태어난 이 여사는 아들 전태일 열사가 1970년 11월 분신한 뒤부터 민주화 및 노동운동에 앞장서 ‘노동운동의 대모’로 불렸다. 전태일 열사는 당시 22세의 나이로 서울 청계천에서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며 열악한 평화시장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분신했다. 그는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에 투신한 인사들이 경찰과 정보기관을 피해 찾아올 때마다 숨겨 주기도 했다. 고 조영래 변호사와 애인으로 위장해 경찰의 수배를 따돌린 일은 아직도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민주화 및 노동운동 과정에서 여러 차례 구속돼 옥살이를 하는 등 고초를 겪기도 했다.

이 여사는 1986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를 창립해 초대 회장을 맡았고, 1998년에는 의문사 진상 규명 및 명예회복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422일간 천막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은 사회운동 공로를 인정받아 1988년 ‘선한 마리아인상’, 1990년 ‘4월 혁명상’ 등을 수상했다.

딸 전순옥 씨는 “어머니는 41년 전 오빠가 숨진 뒤 오빠의 뜻을 잇는 데 온 삶을 바치셨다”며 “힘든 삶에도 단 한 번 불평 없이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바탕에는 다른 사람을 아끼고 보살피는 사랑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에는 정계, 노동계, 사회시민단체 및 일반 시민의 조문이 이어졌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4일 오후 빈소를 찾아 “과거 청계천 조합을 같이 만들고 서로 가족같이 살아왔다”며 “아프다고 하셨지만 금방 일어나실 줄 알았는데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민주화운동 시절 전태일 야학 강사로 일하며 이 여사와 인연을 맺었다. 한편 장례식장에 있던 일부 인사들은 3일 오후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빈소를 찾자 “변절자가 왜 왔느냐”고 쏘아붙이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

이 여사의 장례는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발인은 7일 오전 8시 서울대병원. 영결식은 이날 오전 10시 대학로에서 열리며 청계천 전태일다리에서 노제를 지낸 뒤 장지인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으로 이동한다.

이에 앞서 5일 저녁에는 시민사회단체 인사 등을 중심으로 청계천 전태일다리를 출발해 전 열사가 분신한 장소와 창신동 전태일재단 사무실, 이 여사 자택 등을 거쳐 서울대병원 영안실로 오는 ‘어머니의 길 걷기’ 행사가 열린다. 또 6일 오후에는 제주 강정마을,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 앞 등에서 추모의 밤 행사가 열린다. 유족으로는 아들 태삼 씨와 딸 순옥 태리 씨가 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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