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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만화 ‘심야식당’ 작가 아베 야로 씨 “교훈 사절! 쓸모없는 만화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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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만화 ‘심야식당’ 작가 아베 야로 씨 “교훈 사절! 쓸모없는 만화가 좋다”

동아일보입력 2011-07-21 03:00수정 2011-07-21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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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야로 작가는 사진 촬영을 사절했다. 그 대신 만화가 김진 작가가 인터뷰에 동행해 아베 작가를 캐리커처로 그렸다. 아베 작가가 기자의 질문에 진땀을 흘리는 모습을 표현했다.(왼쪽), 만화 ‘심야식당’의 한 컷.
‘빵모자’를 눌러 쓴 그는 과묵했다. 만화 ‘심야식당’의 주인공 ‘마스터 류’처럼. 자기 말을 하기보다 남의 말을 들어주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외모는 달랐다. 날렵한 턱 선, 눈가엔 흉터가 있는 마스터 류와 달리 그의 얼굴은 둥글고 안경 뒤 눈매는 웃음을 머금었다. 자꾸 이것저것 묻는 기자와 말수 적은 작가는 마주앉아 난감한 웃음만 지었다. 단답형 대답을 하며 연방 빵모자를 만지작거리던 작가가 결심한 듯 물었다. “기자 생활 하다 보면 어려운 점 없나요?”

일본 만화 ‘심야식당’은 한국에서도 인기다. 다양한 고민을 안고 심야식당을 찾은 손님들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자정부터 오전 7시까지만 문을 열고, 손님이 원하는 음식은 무엇이든 만들어 준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소박하지만 정성어린 요리로 위로를 받는다. 발행처인 대원씨아이 측에 따르면 1권부터 이달 초 나온 신작 7권까지 총판매량이 20만 부를 넘어섰다. 심야식당을 떠올리게 하는 TV 광고와 토크쇼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사인회와 특별전시를 위해 방한한 작가 아베 야로(安倍夜郞·48) 씨를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만났다.

―흑백으로 그리는 요리지만 보면 꼭 군침이 돈다.

“요리는 무슨….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그린 건데 어릴 적에 모두 좋아했던 것들이다. 밥이랑 인스턴트 라면도 좋아하고 따뜻한 밥보다 차가운 밥을 좋아한다. 아, 그중에서도 ‘어제의 카레’가 있다. 냉장고에 일부러 하루 보관했다 먹는 카레다. 차가운 카레를 뜨거운 밥에 비벼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더 숙성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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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요리를 즐겨 하나.

“요리 만화를 그려야 해서 어쩔 수 없이 만드는 거지 뭐. 만화에 나오는 모든 음식을 직접 만든다. 그런데 맛은 보장 못한다. 사실 마스터 류도, 나도 요리하는 걸 좋아하기보다는 음식을 놓고 사람 말 듣는 것을 좋아한다.”

―음식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는….

“출판사에서 제안이 왔다. 요리만화가 이미 일본에 많이 있어서 ‘이제 와서 무슨 요리 만화를…’이라고 생각했지만 마스터가 직접 독자들에게 이야기하는 콘셉트가 머릿속에 떠올라서 승낙했다.”

심야식당을 찾는 손님은 화려하고 멋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하나같이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 까닭을 물었다.

“내 만화를 ‘쓸모가 없는’ 만화로 만들고 싶다. 지식이나 감동을 주는 만화가 아니라 읽어서 그저 즐거운 만화면 족하다. 등장인물도 잘나가는 사람보단 어디서든지 볼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이다.”

―다양한 인간상을 통해 뭘 말하고 싶은 건가.

“인간은 좋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가난한 사람도, 바보도 인간이기에 좋다.”

그는 신비주의 작가다. 일본에서도 인터뷰나 사인회를 일절 하지 않는다. 그래서 얼굴이 공개된 적이 없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사진촬영은 ‘금지’였다.

“좌우명이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살고 싶다’이다. 내 꿈은 도인처럼 속세에서 숨어 사는 것이다. 하지만 도쿄에 살고 있기 때문에 꿈을 이루기가 아득하다. 그래서 가늘고 길게 가길 원한다.”

―인기는 실감하나.

“한국의 광고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일본에서도 그런 사례는 없다. 내 만화가 폭발적으로 팔리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오래오래 사랑해 주었으면….”

한 시간 동안의 인터뷰가 끝나자 작가는 그제야 마음을 놓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 자리를 정리하면서 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도대체 왜 내 만화가 인기 있는 건가?”

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   
:: 만화 ‘심야식당’ ::

2006년부터 일본 만화잡지 ‘빅 코믹 오리지널’에 연재 중인 만화. 요리사인 마스터 류와 단골인 대식가 마유미, 야쿠자, 스트리퍼 등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이들이 결혼에 실패한 이야기, 꿈을 잃고 방황하는 이야기 등이 닭고기소보로밥, 부추간볶음 등의 다양한 음식과 함께 소개된다. 국내에선 2008년 10월 1권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7권이 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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