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방위 훈련 실제 상황처럼 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6일 03시 00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는 민방위 훈련 사이렌이 울리자 공무원들이 일제히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느라 정체가 빚어졌다. 그리고 계단을 다 내려가기도 전에 훈련이 끝나 다시 사무실로 돌아갔다. 일부 부처에서는 문을 잠가둔 채 아예 대피하지 않았다. 훈련에 참가하지 않고 수업을 그대로 진행한 학교들도 있었다.

연평도 사태의 여파로 실제 상황을 가상해 민방위 특별 대피훈련이 실시된 어제 훈련 매뉴얼대로라면 공습 사이렌이 울릴 경우 주행 중인 차량은 길가에 정차하고 운전자와 승객들은 가까운 지하 대피소로 피신해야 한다. 일반 행인도 마찬가지다. 모든 가정과 직장, 학교, 다중이용시설도 예외가 없다. 그러나 실제 훈련은 참여율이 저조했을 뿐 아니라 긴박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서울 중심가만 해도 도로 중간에 차량을 세워두거나 차 안에서 그대로 대기한 운전자가 많았다. 백화점이나 대형 상가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서는 훈련을 실시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소방방재청은 전 국민의 20% 정도인 1100만 명 정도가 이번 훈련에 동참한 것으로 집계했다. 훈련에 참여했더라도 실제 상황이라고 인식하기보다는 마지못해 건성으로 응한 사람이 많았다. 이런 식의 훈련이라면 북의 도발로 국지전이나 전면전이 발발했을 때 국민이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상시 전쟁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이스라엘은 민방위훈련이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수시로 실시하는 훈련에는 군인과 민방위대원, 시민이 총동원된다. 적의 공습이 있거나 전쟁이 나면 어떻게 대처할지를 모든 국민이 실제 상황처럼 훈련하는 것이다. 작년 6월엔 이런 훈련을 닷새간 진행했다. 이스라엘은 전 국민에게 방독면을 지급했고 대피시설 마련과 지정을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이스라엘 예비군은 제대 후 매년 자신이 복무했던 군부대에 가 한 달간 신무기 사용 훈련을 받는다.

정부는 이번 훈련을 철저히 분석해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바란다. 실제 상황과 다름없게 훈련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가정통신문 방송 등 홍보를 통해 모든 국민에게 대피와 대처 요령을 알리고 국민의 경각심과 자발적인 동참을 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평도 사태에서 보듯 북의 도발 가능성은 이제 가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집단을 지척에 두고 있는 국민으로서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지킬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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