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 日총리, 식민사죄-의궤반환 관련 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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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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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왕실의궤환수위 사무처장 혜문 스님


“일단 의궤만이라도 받아들여야”

“2006년 일본 도쿄대에 있는 조선왕조실록이 돌아왔을 때, 그건 미완성이었습니다. 조선왕실 의궤가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이죠. 이제 그 의궤가 돌아온다고 생각하니…. 일본 정부가 의미 있는 결단을 한 것입니다.”

2006년부터 일본에 있는 조선왕실 의궤 반환 운동을 주도해 온 조계종 중앙신도회 문화재환수위원회 사무처장 혜문 스님(37·사진). 그는 간 나오토 일본 총리의 과거사 관련 담화발표일인 10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앞 전법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의궤만을 받을 경우 다른 문화재를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그는 “그럴 필요 없다”고 단언했다.

“1965년 한일협정으로 문화재 반환협상이 끝났던 것 아닌가요. 그런데도 이렇게 의궤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되지 않았습니까. 당당히 의궤를 돌려받고 다른 문화재는 또 우리가, 우리 후손이 노력해 나가면 반환받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혜문 스님이 문화재 반환운동에 뛰어든 것은 2000년대 초. 2004년 도쿄대에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반환운동을 벌여 2006년 7월 도쿄대가 서울대에 반환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2006년 9월엔 일본대사관에 궁내청 쇼로부(書陵部) 소장 조선왕실의궤 반환요청서를 접수하고 환수운동에 돌입했다. 지금까지 40여 차례 일본을 찾아 일본 정치인들과 학자들을 설득해 여론을 조성하며 반환 캠페인을 벌여 왔다.

애초부터 그는 올해 8월을 환수 목표로 잡았다. 이는 한일강제병합 100년인 올해 문화재 반환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보았기 때문. 이때까지 의궤를 돌려받지 못하면 앞으로 영영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올해 초 일본 공산당의 한 의원으로부터 자료를 확인해 궁내청 조선의궤 5종을 추가로 확인해 모두 81종 167책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 새로 확인한 의궤는 1903년 고종의 순비 엄씨를 황귀비로 봉하는 의식을 기록한 ‘진봉황귀비의궤’, 1901년 9월 순비 엄씨를 고종의 계비로 책봉하는 과정을 기록한 ‘책봉의궤’ 등. 모두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는다.

조선의궤 반환은 혜문 스님의 5년에 걸친 장정을 마무리 짓는 것. 혜문 스님은 “정부의 역할이 극도로 제한된 상황에서 민간단체가 스스로 해결해야 했고 이 노력이 좋은 결실을 보게 됐다”고 환수위의 성과를 평가했다. 이어 그는 “조선왕실 의궤 반환은 일본 총리 담화의 ‘사죄’ 표현을 넘어 한일 간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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