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담패설로 본 한일 양국의 性… 조선 “밝고 자연스러워” vs 日“어둡고 인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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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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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관 차이가 다른 性문화 불렀다”

조선시대 ‘인간=자연’ 간주
자연스럽고 즐겁게 받아들여

日은 미니정원 따로 꾸미듯
스스로를 규제하고 관리

신윤복의 풍속화(왼쪽)와 일본 춘화. 소메야 도모유키 교수는 “꽃을 보기 위해 한국인들은 산(자연)으로 가고 일본인들은 정원을 만든다. 이 같은 자연관이 성을 자연스럽게 즐겼던 조선과 인위적으로 관리한 일본의 차이로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신윤복의 풍속화(왼쪽)와 일본 춘화. 소메야 도모유키 교수는 “꽃을 보기 위해 한국인들은 산(자연)으로 가고 일본인들은 정원을 만든다. 이 같은 자연관이 성을 자연스럽게 즐겼던 조선과 인위적으로 관리한 일본의 차이로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日소메야 교수 오늘 서울大서 학술발표회

“자연스럽고 밝게 표현된 조선시대 성(性) 문화는 간접적이고 관리된 것처럼 나타나는 일본의 성문화와 다르다. 이는 양국의 자연관의 차이에서 비롯한다.”

음담패설 속에 드러난 조선시대 성 관념을 일본 에도시대의 성 관념과 비교해 그 차이를 자연관에서 찾는 콜로키움(학술 발표회)이 열린다. 일본 이바라키 그리스도교대의 소메야 도모유키 교수는 1일 오후 4시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서 ‘조선시대의 음담, ‘밝은 성’의 세계-한일 자연관의 차이에 근거하여’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소메야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야담집은 밝은 성의 세계를 보여준다. 야담 속 사람들은 불륜을 들켜도 상대를 허물하지 않고 함께 웃는 것으로 끝나기 일쑤고 서로의 아내와 정을 통한 뒤에도 “우리 서로 잘못했으니 용서하고 지내자”라고 말한다. 욕망대로 행동하는 즐거움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소메야 교수는 이를 “자유롭고 밝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성 문화는 “자연스럽게 다루지 않고 관리하려 한 인상을 준다”고 했다. 게이샤가 있는 유곽이 발달하고 남성들의 성욕을 일정 장소에서 분출하게 한 점 등에서 성을 인공적으로 ‘관리’했던 문화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와 같은 차이가 자연관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한국은 자연 속에 직접 들어가고 동화되는 자연관을 갖고 있다. 즉, ‘인간=자연’으로 보는 경향이 큰 것이다. 그래서 성도 자연스럽고 밝게 받아들이고 문학도 자연스럽게 이 같은 경향을 나타낸 것이다.

일본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게 아니라 간접적으로 느끼고 인간 생활로 자연을 끌고 들어오려는 성향이 있다. 나무를 만든 분재나 집 안에 따로 꾸미는 미니 정원 등이 그 예다. 그는 “한국인들은 자연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려고 하고 일본인은 인간과 자연 사이에 정원과 같은 ‘중간 지대’를 만들려고 한다”면서 “지금의 한국 사회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성 문화를 덮고 지나치게 유교 문화를 강조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선시대 당시 동아시아에서도 비슷한 소재의 야담이 유포됐으리란 추정도 내놓았다. 한방에서 아이 네 명과 함께 자야 했던 부부가 밤에 아이들 자는 틈을 타 정을 나누려고 서로를 찾다 방을 빙빙 돌았다는 조선시대 ‘기이재상담(奇異齋常談)’, 정을 나누려고 아이들에게 밖에 나가 빨래를 하도록 했다가 아이들이 돌아오는 바람에 들키고 말았다는 일본의 옛 음담이 비슷한 것이다. 이보다 더 노골적인 사례도 발표한다.

소메야 교수는 애당초 한국의 ‘춘향전’을 읽고 한국 고전에서 나오는 성애묘사와 음담패설에 흥미를 갖고 있던 중 2008년 후쿠오카의 한 고서점에서 ‘기이재상담’을 발견했다. 조선 후기 출간된 이 책은 조선의 새로운 성 문화를 보여주는 책. 일본인들이 한국어 공부를 위해 교재로 사용했던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5월 말 ‘조선의 음담패설’이란 제목으로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소메야 교수는 1일 발표가 끝난 뒤 ‘기이재상담’을 규장각에 기증할 예정이다. ‘기이재상담’을 번역했고 이번 콜로키움을 주관한 정병설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비록 한 권이지만 유일본이고 자비로 구입한 책을 기증한다니 뜻 깊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02-880-5827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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