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소화액 압력 못 견뎠나, 전기신호 잘못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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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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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방시설 오작동 원인은
발사체로 분사되진 않아
“경험-기술 부족” 지적도

나로호(KSLV-I)가 9일 발사 3시간이 남은 시점에 갑작스레 발사 중단되면서 그 원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화장치에서 소화 용액이 분출되면서 발사가 연기됐지만 소화장치 오작동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 문제의 소방시설은 무엇

이번에 문제가 된 소화장치는 발사장의 화재를 막기 위한 시설이다. 나로호 발사대 주변 지상에 모두 3개가 설치돼 있다. 만약 나로호가 발사 직후 폭발해 화재가 발생하면 소화장치가 자동으로 작동해 호스(노즐)에서 소화 용액을 뿜어낸다. 나로호 발사에 문제가 없다면 소화장치는 작동하지 않는 게 정상이다. 이날 분출된 소화용액은 발사체를 향해 직접 분사되지는 않았다.

소화장치는 발사대의 냉각시스템과는 다르다. 냉각시스템은 나로호가 이륙할 때 나오는 3000도 이상의 화염을 식히기 위한 것으로 로켓이 이륙하는 순간 작동한다. 로켓의 화염 때문에 발사대 장비가 녹는 것을 막기 위해 초당 9000L에 이르는 물을 뿜어낸다. 작년 8월 25일 1차 발사에서도 나로호가 발사하는 순간 발사대 주변에 엄청난 양의 하얀 기체가 퍼졌는데, 이는 화염과 물이 만나 만들어진 수증기였다.

○ 소화장치 오작동 원인은

소화장치가 문제를 일으킨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한-러 비행시험위원회는 소방시설 오작동의 원인을 밤새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다. 전기신호 체계에서 오작동이 있었거나 기계설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승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소화장치의 호스가 터졌다면 이는 소화 용액을 분출하기 위한 압력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항우연은 “4일 소화장치를 포함한 발사대에 대한 점검을 진행했으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윤웅섭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3개의 노즐 모두에서 한꺼번에 100t가량의 소화용액이 분출된 것에 대해 “잘못된 명령이 내려진 게 아니고서는 발생하기 힘든 문제”라고 말했다. 소화장치는 센서와 전기 신호에 의해서 작동하는데, 당시 발사과정은 센서로 인한 작동이라 보기 힘들기 때문에 3개 노즐 모두에 잘못된 신호가 전해졌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 왜 자꾸 문제 생기나

나로호는 7일 발사대에 수직으로 세우는 작업을 하던 도중 전기신호 이상으로 커넥트마스트에 문제가 생겨 6시간이나 작업을 멈췄다. 이번에도 발사체와 상관없는 부대시설인 소화장치에 문제가 생겨 결국 발사를 중단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소화장치 문제로 발사가 연기된 것은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이처럼 발사대에 잇따라 문제가 생기면서 발사대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나로우주센터 발사대는 러시아의 설계 도면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설비를 항공우주연구원과 우리나라 기업들이 만들었다. 한번도 만들어보지 못한 첨단 시설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잇따라 예기치 못한 문제가 일어나면서 하드웨어를 운용하는 경험과 기술은 아직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고흥=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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