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번역본 오역 많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8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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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현수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월 28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요즘 미국이나 일본 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베스트셀러 중에도 번역서가 거의 절반인데요. 신간 세 권 중 한 권은 번역서일 정도로 번역서의 비중이 커졌습니다.

(신광영 앵커) 번역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지만 전문 번역사들이 부족하다보니 오역 논란이 자주 생기고 있습니다. 잘못된 번역이 반복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제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04년 국내에 번역돼 320만부가 넘게 팔린 미국 추리소설 다빈치코드.

이례적인 베스트셀러로 손꼽히는 책이지만 다빈치코드는 출간과 동시에 오역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결국 책 판권이 다른 출판사로 넘어갔고, 새 번역자가 수정작업을 거쳐 2008년 말 다시 책을 냈습니다.

(인터뷰) 안종설 / 수정본 번역자
"이건 누가 봐도 오역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도 많았고요. 제가 보기에는 원문과 동떨어진 오역이 굉장히 많았던 것 같아요."

다빈치코드 번역본 초판의 오역사례를 보면 문맥과 정반대로 해석한 경우도 있습니다.

"And Sauniere was knowledgable about this?"
"No body more so."

이 부분은 초판에서 "소니에르 씨도 이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아무도 모릅니다"라고 옮겨졌지만 이를 제대로 해석하면 "소니에르가 그 분야의 전문가였다는 말이지요?" "최고전문가지요."라는 뜻입니다.

해당 언어권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오역이 나오기도 합니다.

원문에 나온 'The Book of Acts'의 경우 초판에선 단어의 뜻을 그대로 옮겨 '행동 지침서'라고 번역했지만 본뜻은 신약성서 중 하나인 '사도행전'입니다.

일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작인 '설국'의 경우도 마찬가집니다.

'出動の手配'

이 부분은 일본어 한자를 있는 그대로 옮기다보니 '출동수배'라는 정체불명의 표현으로 번역되어 있지만 본래는 '출동준비'라는 뜻입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는 모호한 해석은 그동안 십여 차례 개정판이 나왔지만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한정 / 동국대 일본학연구소 박사과정
"저자들이 기존에 나와 있던 번역서를 참고하거나 있는 그대로 옮기는 관행이 있다보니 잘못된 번역이 계속 확대 재생산 되고 있습니다."

오역논란은 문학 서적 뿐 만이 아닙니다. 인문 과학 서적도 온라인상에 오역을 지적하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인터뷰) 박호성 / 한국출판연구소 연구원
"전문 번역사가 부족한 게 문제인데요. 해리포터같은 유명작의 경우 국내 출판사들이 경쟁적으로 번역을 따내려다보니 원작자에 지불하는 개런티가 올라가고 그 탓에 정작 번역에 쓸 돈이 줄어드는 거죠."

실제로 다빈치코드 초판의 경우 번역자는 소설책 1권을 번역해 본 경험이 전부였습니다.

한해 발간되는 신간 서적 가운데 번역서 비중은 31%로 세계에서 번역서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특히 지난해 베스트셀러 30위 중 번역서는 절반 수준인 14권에 달합니다.

(인터뷰) 곽중철 /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1000원을 투자하면 1000원짜리 번역이 나오고 만원을 내면 만원 짜리 번역이 나오는 건데 출판사에서 번역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무조건 싸게, 빨리만 하려고 하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번역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양적인 번역을 담보할 수 있는 전문 번역가 양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합니다. 동아일보 신광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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