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제로 세계의 그린 도시를 가다]<4>자원 순환형 도시 일본 기타큐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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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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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복사기 등 폐제품 분해해 99% 재활용… ‘쓰레기 0’ 도전

폐기물 재활용단지 ‘에코타운’… 식용유도 디젤연료로 재생
쓰레기 9종 나눠 분리수거… 주민들 적극 참여가 성공비결

기타큐슈 시 와카마쓰 구의 매립지에 들어선 ‘기타큐슈 에코타운’에는 25개의 리사이클공장이 각종 생활쓰레기와 산업쓰레기를
자원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재활용률이 90% 이상으로 세계적 수준이다. 사무용 기기 리사이클공장에서 한 직원이 복사기의 부품을
하나씩 떼어내는 모습.
기타큐슈 시 와카마쓰 구의 매립지에 들어선 ‘기타큐슈 에코타운’에는 25개의 리사이클공장이 각종 생활쓰레기와 산업쓰레기를 자원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재활용률이 90% 이상으로 세계적 수준이다. 사무용 기기 리사이클공장에서 한 직원이 복사기의 부품을 하나씩 떼어내는 모습.
‘잿빛으로 물든 하늘, 고기 한 마리 살 수 없는 죽음의 바다….’ 일본을 대표하는 공업도시 기타큐슈(北九州)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살벌했다. 제철소 등 각종 공장에서 쏟아지는 온갖 폐수와 악취로 도시는 썩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주부들을 중심으로 시민운동이 시작되자 지방 정부와 기업의 참여가 뒤따르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20년에 걸친 민관산(民官産)의 유기적 협조로 기타큐슈는 세계가 인정하는 환경도시로 부활했다.

그리고 다시 10년 뒤 공해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기타큐슈는 새로운 목표에 도전했다. 다시 쓰면서(reuse) 쓰레기를 줄이고(reduce)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쓰레기는 자원으로 재활용(recycle)하는 이른바 ‘자원 순환형 탄소제로 도시’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9일 기자가 찾은 ‘기타큐슈 에코타운’은 꿈같은 이야기를 이미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 모든 쓰레기는 자원이다

기타큐슈 시 와카마쓰(若松) 구의 매립지에 자리 잡은 에코타운의 서일본오토리사이클 공장은 겉으로 보면 여느 공장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60m짜리 ‘조립라인’에 자동차 한 대가 오르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자동차가 공정에 따라 움직이는 동안 4, 5명이 달라붙어 생선가시 발라내듯 자동차를 해체했다. 범퍼를 떼고 엔진을 들어내고 차 내부의 복잡한 전선을 끄집어내 자동차 한 대가 앙상한 뼈대로 남기까지 불과 10여 분. 수북이 쌓인 각종 부품은 중고시장에서 재활용되고 자동차 강판은 제철 원료로 쓰인다. 에코타운 안내를 맡은 햐쿠다 메이코 씨는 “적당히 분해해 폐기하는 다른 해체공장은 재활용률이 70%대지만 이곳은 99%”라며 “일일이 사람 손으로 정밀하고 정확하게 분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2000ha에 이르는 광활한 에코타운에는 이처럼 쓰레기를 재활용해 자원화하는 기업이 25개나 있다. 품목으로 따져도 폐형광등 가전제품 페트병 폐목재 사무용기기 건설폐기물 등 없는 게 없을 정도다. 놀라운 것은 이들 공장 대부분이 재활용률 90% 이상을 자랑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재활용률이 13.9%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에코타운의 구석에 위치한 복합핵심시설은 거름종이와 같은 구실을 한다. 자동차 파쇄 먼지, 재, 흙더미 등 재활용 과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나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을 고온으로 녹여 아스팔트 재료로 재생하는 곳이다. 햐쿠다 씨는 “쓸모없다고 여겨 땅에 묻거나 태워버렸던 산업쓰레기가 이곳에서는 값진 자원이 된다”고 강조했다.

○ 주민의 높은 참여의식

에코타운이 성공한 데는 지방 정부의 비전 제시와 기업의 적극적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시민의 높은 참여의식도 빼놓을 수 없다. 기타큐슈에 있는 동네 슈퍼마켓에는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폐식용유 수거통이 있다. 폐식용유를 자동차연료로 재활용하기 위해 시가 2008년 9월부터 수거하고 있다. 수거한 식용유는 에코타운의 식용유 재활용 공장에서 가공한 후 쓰레기 수거차량의 디젤연료로 재가공한다. 기타큐슈 시 환경국 나가누마 고이치 씨는 “도입 당시 월 600L였던 수거량이 지금은 4300L”라면서 “수거 장소가 40여 곳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증가량”이라고 설명했다.

기타큐슈의 쓰레기 분리수거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분리해 수거하는 쓰레기 종류만도 9종에 이르는 데다 전용 쓰레기봉투도 4가지나 된다. 분리수거가 복잡해 시가 아예 34쪽짜리 안내책자를 만들었을 정도. 하지만 주민들은 완벽하게 쓰레기 분리규칙을 지키고 있다.

○ 일본의 환경수도에서 세계의 환경수도로

인구 100만 명의 기타큐슈는 에코타운에서 얻은 쓰레기 재활용의 성공 사례를 시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이 지역이 산업도시라는 특색을 활용해 주거지역 가까이에 있는 공장에서 발생하는 폐열과 동력을 에너지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또 오래 견디는 주택을 건설해 오염물질 발생을 최소화하는 등 157건에 이르는 저탄소사회 실현 프로젝트가 마련돼 있다. 모든 프로젝트가 가동되는 2050년이면 현재 연간 1560만 t인 탄소배출량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나카조노 도시 국제기술협력단체(KITA) 부소장은 “기타큐슈는 자타가 공인하는 일본의 대표적 환경수도”라며 “앞으로는 기타큐슈를 세계의 환경수도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기타큐슈 환경정책계장 “日최고시설 만든 건 기업-연구소 유기적 협조”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신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산업쓰레기를 효율적으로 재활용하는 것도 탄소배출을 줄이는 지름길입니다.” 가지하라 히로유키 기타큐슈 시 환경정책계장(사진)은 시의 자원순환형 도시의 목표를 이렇게 설명했다. 폐기물을 하나도 배출하지 않는 이른바 ‘제로 에미션(zero emission)’이야말로 실질적인 저탄소 정책이라는 것이다.

기타큐슈 시가 다른 도시와 차별되게 재활용 정책에 눈을 뜨게 된 것은 1990년대 말. 20세기 일본의 고도성장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중공업도시지만 1980년대부터 제조업의 해외 이전으로 지역의 활력이 떨어지면서부터다. 지방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을 찾다가 리사이클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내놓았다. 마침 조성이 완료된 2000ha 규모의 광활한 히비키나다 매립지가 있었고 리사이클 산업의 가능성에 눈을 뜬 기업의 투자가 이어졌다.

“리사이클 사업의 관건은 원료라고 할 수 있는 각종 폐기물의 안정적 확보가 중요합니다. 기타큐슈에는 철강, 시멘트, 유리 등 소재산업이 많아 산업폐기물이 풍부한 점이 맞아떨어진 것이죠.”

기타큐슈 에코타운은 현재 일본의 27개 에코타운 단지 중에서도 최고의 재활용시설로 인정받고 있다. 가지하라 계장은 성공 비결을 환경산업 관련 기술연구소를 일반 기업과 함께 유치한 점을 꼽았다. 기업과 연구소가 인접해 있음으로써 연구소의 연구성과가 바로 산업기술에 접목될 수 있는 유기적 협조체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기타큐슈 에코타운 내에는 25개의 리사이클 공장과 함께 환경산업 관련 연구 및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기타큐슈 학술도시’, 연구 결과를 활용해 사업모델을 만드는 ‘실증연구구역’이 함께 들어서 있다.
집집마다 수소전지 설치… CO2 줄이고 전기료 절약

■ 청정도시 이웃 마에바루

후쿠오카 현 마에바루 시의 수소타운은 각 가정에 수소연료전지를 달아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하는 미래도시다.
후쿠오카 현 마에바루 시의 수소타운은 각 가정에 수소연료전지를 달아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하는 미래도시다.
후쿠오카(福岡) 현의 기타큐슈 시 에코타운이 쓰레기에서 희망을 찾았다면 같은 현의 마에바루(前原)시 수소타운은 차세대 발전시스템으로 꼽히는 ‘수소연료전지’에 미래를 걸었다. 수소타운은 150가구에 수소연료전지를 설치해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고 있는 미래형 도시. 후쿠오카 현과 신일본석유 및 세이부가스에너지가 공동으로 지난해 2월부터 본격 가동한 시범도시지만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를 공기 중의 산소와 화학반응을 시켜 전기를 얻는 시스템으로 이산화탄소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후쿠오카 현이 세계 제1의 환경 지방자치단체로 거듭나기 위해 수소연료전지에 주목하게 된 이유다. 다만 마에바루 수소타운은 마을 한편에 위치한 가스탱크로부터 공급받은 액화석유가스(LPG)에서 수소를 추출해내기 때문에 아직은 100% 청정에너지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화석연료에만 의존하는 기존 화력발전에 비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0% 이상 줄일 수 있다.

수소연료전지의 또 다른 장점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에너지와 달리 자연조건에 관계없이 24시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후쿠오카 현 신산업기술진흥과 아키타 미치코 씨는 “수소타운의 각 가정은 집안에서 쓰는 전력과 온수 소비량을 최대 각각 70%와 80%씩 수소연료전지로 충당한다”며 “연료전지 설치 이후 전기요금이 월평균 5000엔 이상 줄어 주민들이 매우 만족스러워한다”고 말했다.

후쿠오카 현은 마에바루 수소타운의 실증 결과를 토대로 수소타운을 점차 일본 전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1순위 후보지역은 야하타 제철소가 있는 기타큐슈 시다. 제철소에서 나온 수소를 인근 주택과 공장에 파이프라인으로 공급해 전력을 자체 생산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제철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수소를 재활용하는 것이어서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는 더욱 크다.

하지만 대당 300만 엔(약 3700만 원)인 연료전지 가격은 보급 확산의 걸림돌이다. 아키타 씨는 “후쿠오카 현이 연료전지 관련 기업과 대학 및 연구소의 협동 연구를 지원하면서 보급 확대에 힘쓰고 있다”며 “제품 가격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실증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타큐슈·마에바루=글·사진 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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