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714>先有司이오 赦小過하며 擧賢才니라

  • 입력 2009년 8월 20일 03시 03분


‘논어’ ‘子路(자로)’편에서 제자 仲弓(중궁)이 魯(노)나라 대부 季氏(계씨)의 집정관이 되어 정치의 방도를 여쭙자 공자는 위와 같이 대답했다. 先은 率先(솔선)이다. 有司는 한 관리가 거느리는 하급 관리를 말한다. 赦는 赦免(사면), 小過는 백성의 작은 잘못이다. 擧는 擧用(거용)이다. 賢才는 어진 이와 인재, 혹은 어진 인재를 말한다.

공자의 제자들 가운데는 大夫(대부)의 家臣(가신)이나 지방 수령이 된 사람이 여럿 잇다. 재상의 직에 취임하지도 않았거늘, 공자는 그들에게 정치를 논하면서 반드시 인재 등용의 문제를 거론했다. ‘논어’ ‘雍也(옹야)’에서도 子游(자유)는 武城(무성)의 邑宰(읍재)에 불과했지만 공자는 “인재를 얻었느냐?”고 물었다.

‘孔子家語(공자가어)’에 보면 單父(선보)의 宰(재)였던 子賤(자천)이 공자에게 “창고를 열어 빈곤한 자를 구제했습니다”라고 하자 공자는 “소인들이 귀를 맞대고 소곤거리니 아직 멀었다”고 했다. 얼마 뒤 “재능 있는 자에게 상을 주고 어진 이를 등용했습니다”라고 하자 공자는 “선비들이 귀를 맞대고 소곤거리니 아직 멀었다”고 했다. 다시 얼마 뒤 “아버지처럼 섬기는 자가 셋, 형처럼 섬기는 자가 다섯, 친구 삼은 자가 열둘, 스승으로 섬기는 자가 한 사람입니다”라고 하자 공자는 “아비로 섬기고 형으로 섬기니 효제를 가르칠 수 있고, 친구가 열두 사람이니 폐단을 뚫을 수 있으며, 스승이 한 사람이니 계책을 내도 실수가 없고 일을 들어도 낭패가 없을 것이다”라고 인정했다.

성호 이익은 어진 이를 구하는 것은 아들이 위독할 때 단번에 하나의 처방만 취하지 않고 어진 의사들에게 널리 자문하는 일과 같다고 했다. 정치가나 단체장이 어진 인재를 두루 구하지 않는다면 병폐를 어찌 알고 또 어찌 고치랴.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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