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69>季路問事鬼神한대 子曰, 未能事人이어늘…

  • 입력 2009년 6월 3일 02시 57분


삶과 죽음의 이치는 알기 어렵다. 다만 그 이치를 따지려고 골몰하다 보면 形而上(형이상)의 세계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논어’ ‘先進(선진)’편의 이 章에서 공자는 제자 季路가 죽음의 문제를 너무 따질까 봐 우려하고 일상의 삶에 더욱 충실하라고 가르쳤다. 季路는 곧 仲由(중유)이니, 字(자)는 子路(자로)이다. 卞(변) 땅 사람으로 공자보다 아홉 살 적은 그는, 수탉 깃 갓을 쓰고 수퇘지 가죽 띠를 두른 차림으로 찾아와 공자를 업신여겼으나 공자가 禮(예)로 대하자 감동하여 제자가 됐다. 지역 풍토나 개인 성향 때문에 죽음의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는지 모른다.

鬼神은 분리해서 말하면 鬼가 조상신, 神이 산천 등의 자연신이다. 季路의 질문은 사람이 죽은 뒤 鬼가 된다는 통념을 중점에 둔 듯하다. 未能은 ∼할 수 없다, 焉能은 어찌 ∼할 수 있는가이다. 焉能事鬼는 반문의 어법 속에 부정의 뜻을 싣는 구문이다.

‘墨子(묵자)’는 ‘明鬼(명귀)’편에서 천하의 이익을 일으키고 해악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귀신의 존재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여 역사 속에 귀신이 나타났던 사실을 열거하고 성왕의 정치가 귀신 섬기기를 근거로 삼았던 사실을 강조했다. 하지만 ‘중용’은 “귀신의 덕이라고 하는 것은 성대하다. 그것을 보려 해도 보이지 않고, 그것을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으며, 만물의 체가 되어 만물을 낳아 하나도 빠뜨림이 없다. 천하의 사람들로 하여금 재계하여 몸을 맑게 하고 의복을 갖추어 제사를 지내게 한다. 아슴푸레하게 위에 있는 듯하고 좌우에 있는 듯하다”라고만 했다. 短命(단명)은 정녕 인간의 불행이다. 하지만 죽음 뒤의 일을 천착하지는 말라고 선인은 가르치지 않았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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