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 풍속 이야기 20선]<2>민속놀이

  • 입력 2009년 1월 2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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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나 대보름에 모여 윷가락을 던지며 ‘지화자’를 외치는 집은 아주 드물다. 자치기나 제기차기의 이름을 아는 초등학생이 얼마나 될 것인가? …무엇보다 어린이들에게 우리 놀이를 알려주어야 한다. 여럿이 함께 모여 벌이는 놀이의 즐거움을 일깨워야 한다.”》

윷놀이, 남북미 원주민도 하더라

흔히 ‘민속놀이는 우리 고유의 놀이’라고 여겨진다. 국립민속박물관장을 지낸 민속학자 김광언 인하대 명예교수는 이런 생각이 틀렸다고 말한다.

윷놀이를 보자. 우리 윷놀이의 기원은 6세기. 중국 ‘주서(周書)’ 백제전(百濟傳)에 “투호, 저포(樗蒲) 등의 놀이가 있고 특히 바둑을 즐긴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데 이 저포의 기원은 인도의 파치시다. 왕, 코끼리, 말, 양으로 불리는 말 4개를 십자꼴로 벌여 놓은 24개의 밭(윷판, 장기판, 바둑판에서 말이 머무는 자리)에서 옮긴다. 말은 중심부에서 출발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 왼쪽에 이른다. 등이 둥글고 바닥에 홈이 파인 조개껍데기 7, 8개를 던져서 나온 결과에 따라 말을 움직인다. 우리 윷처럼 상대 말의 자리에 이르면 그 말을 잡고 잡힌 말은 처음 자리로 되돌아가야 한다.

이 놀이는 스리랑카 미얀마로 퍼져갔고 서쪽으로 페르시아, 팔레스타인을 거쳐 스페인, 소말릴란드(아프리카 동부 지역에 있는 반도)까지 퍼져갔다. 동쪽으로는 중국으로 전파돼 남북조시대(4∼6세기)에 저포가 크게 유행했다.

흥미로운 점은 북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도 윷과 흡사한 놀이를 즐겼다는 것.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사우스웨스트박물관에는 여러 형태의 윷이 전시돼 있으며 130여 원주민 부족이 윷놀이를 즐겨 대륙 전체에 퍼졌다는 게 현지 연구자들의 분석이다.

미국 오클라호마 주의 카이오와족 윷은 우리 윷과 똑같다. 짝이 4개고 단면이 반달꼴이다. 윷이 나오면 한 번 더 던지고 누운 것이 하나면 한 밭, 둘이면 두 밭, 셋이면 세 밭을 가며 같은 밭에서 만나는 상대의 말을 잡는 것까지 똑같다.

심지어 남아메리카 사람들도 윷놀이를 즐겼다. 저자는 “파라과이 볼리비아에 사는 차코족의 윷은 우리 윷과 모양이 똑같을 뿐 아니라 이름도 윷이라고 불렸다”고 말했다.

이 책은 이처럼 우리 민속놀이의 기원을 다른 민족의 민속놀이와 비교하며 밝혔다. 세계사적 관점에서 민속놀이의 기원을 추적한 것이다.

저자는 우리 민속놀이 문화가 인도 근처에서 태어나 중앙아시아를 거쳐 들어온 북방 계열과 중국의 남서부에서 발생해 벼농사와 함께 들어온 남방 계열로 나뉜다고 말한다.

정월 대보름날 잡귀를 쫓고 복을 맞아들이기 위한 사자놀이는 인도, 서역(중국 신장 성 위구르 자치구), 당나라를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봉산탈은 눈이 지나게 강조되고 코가 우뚝 솟은 형태가 중앙아시아와 이란 사람들의 얼굴을 닮았다. 윷, 씨름, 수박(손을 써서 겨루는 놀이), 투호, 쌍륙(주사위를 던져 말을 옮기는 놀이)도 북방 계열의 놀이다. 벼농사와 관련된 강강술래, 줄다리기, 소싸움, 닭싸움, 횃불싸움, 팔매싸움은 남방 계열의 놀이다.

노는 방법을 해설한 수준을 넘어 민속놀이가 언제 어떻게 들어왔는지 엄밀하게 분석한 책이 없어 이 책을 쓰게 됐다는 노(老)학자는 우리 민속놀이를 347가지로 나눈 뒤 노는 사람의 연령대, 놀이 유형, 목적, 시기, 장소를 기준으로 나눠 분석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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